무계획 속의 여행

Because(여행의 이유)

by 권동환


“어떻게 돌아가지?”


푹푹 찌는 더위 그리고 외딴섬에 갇힌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는 태국 파타야의 꼬란섬. 타고 왔던 배를 몇 분 차이로 놓쳐버린 것이다. 한 숨을 쉬던 그때 나와 같은 처지의 동양인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 사내도 배를 놓쳐버린 상황이었다. 우리는 함께 섬 주민들에게 전화기를 빌려 각자의 숙소에 전화를 하며 나름의 구조요청을 했지만 그들의 답변은 시큰둥했다. 해가 진 뒤부터는 해양경찰들이 단속을 하기 때문에 배를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름 모를 사내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이름이 뭐야?”


“나는 풴디라고 해.”

각자 다른 나라의 땅에서 만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동갑 또래였다. 그래서인지 편하게 대화를 했고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 사람인 그는 한국 요리를 배우러 태국에서 반 년째 일을 하다가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파타야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음식을 태국에서 배웠다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만 들렸다.


“한국 요리를 왜 태국에서 배워? 도대체 어떤 요리를 배우려고 왔어?”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유행을 선도하는 경향이 커. k-pop문화로 인해 태국에는 한국 요리 문화가 굉장히 많이 발전했거든. 대표적으로 부대찌개가 가장 인기가 많아. 나도 인도네시아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을 하고 싶어서 태국에서 일을 배운 거야.”

그의 대답은 나를 놀라게 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군 부대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햄과 소시지, 김치, 고추장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부대찌개가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고 있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에 나는 다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괜찮다면 꼭 놀러 와. 내가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을 대접할게. 그리고 인도네시아도 태국만큼 아름다운 곳이 많아. 족자카르타, 발리, 티망 셀 수 없이 이색적인 곳이 많지. 오게 된다면 sns를 통해 꼭 연락 줘!”


다음 날, 우리는 서로의 sns를 주고받은 뒤 어설픈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풴디로 인해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굉장히 궁금해진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그곳의 전통 음식은 어떨까?


머릿속에는 온통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래. 어차피 아무런 계획 없이 태국 왔는데 인도네시아 가서 더 놀지 뭐. 그날 밤 나는 휴대폰으로 에어아시아 홈페이지를 검색한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별 다른 이유 없는 여행, 무계획 속의 결심이었지만 어떤 여행보다도 설렘이 가득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