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거리는 매일

Idly(빈둥거리는)

by 권동환

발리의 지형을 사람의 뇌 모양에 비유하는데 우붓의 위치는 소뇌라고 보면 된다. 소뇌는 운동신경과 평형감각을 조절한다. 우붓은 그러한 지역이다. 우붓은 예술과 자연이 뒤엉킨 전통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발리라서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위치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호캉스’를 결심한 나에게 산새와 벌레소리 그리고 별밤은 치유 그 자체였다.

퉁퉁 부어오른 손의 통증이 가라앉는데 3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먹고, 자고를 무한 반복하니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수영하기를 좋아하지만 아픈 손 때문에 그저 물 위에 둥둥 떠있기만 할 뿐, 게으른 매일은 살을 찌워줬다. 매일마다 시켜먹은 배달 음식도 한몫했다.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처럼 인도네시아에도 ‘고젝’이라는 어플이 있다. 고젝은 음식 주문뿐만 아니라 택시, 오토바이 라이더, 렌터카, 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항상 배달 음식으로 배를 채웠던 것은 아니다. 답답할 때마다 숙소 인근에 위치한 우붓 시내의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 오기도 했다. 도보로 10분 거리였지만 이른 저녁까지만 오고 갈 수 있었다. 통행금지시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바로 들개 때문이었다. 거리의 방황자인 그들은 매일 밤마다 암흑 속에서 나타났다. 컹컹거리며 공격할 듯 짖어대는 녀석들을 마주 볼 수조차 없었다. 언젠가 공격성을 보이는 짐승의 눈을 마주치거나 등을 보이면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정말 무서웠다. 나름 도시 출신이라 들개를 만나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야생에서 자란 송아지만 한 들개의 태도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마치 통행료를 요구하는 깡패 같았다. 어쩌겠어? 더 이상 다치고 싶지 않았다. 여기 법은 지켜줘야지. 편의점에서 구매한 소시지나 과자를 쥐어줄 수밖에.. 누구에게나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