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같은 일이 펼쳐졌다. 족자카르타에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미끄러져 그만 다쳐버렸다. 손이 부러져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고통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잘 몰랐다. 그저 살짝 다쳤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손이 퉁퉁 부어올라서 아무것도 붙잡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인구가 60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찾은 병원의 외형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실내도 한국의 여느 병원처럼 깔끔했다. 단지 문제는 환자가 없이 아주 한산하다는 점이었다. 의사를 만나고 나서야 왜 그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X-RAY 촬영은 가능하지만 깁스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족자카르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단지 뼈가 부러졌는지 확인하고
붕대로 감는 것뿐이었다.
깁스를 하려고 하면 자카르타의 대학 병원에서 스페셜 닥터를 만나야지만 가능하다나 뭐라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인 지지대와 압박붕대로 감는 것뿐이었다. 경과가 호전되어 원래대로 손을 움직일 때까지 그냥 쭈욱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한국으로 돌아갈까 조금 고민도 했지만 언제 또 인도네시아까지 올 수 있을지 모르기에 그냥 머무르기로 결심한 것이다. 애초와 달리 계획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남은 여행기간 1달 동안
‘호캉스’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이런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다. 진짜 여행은 현지인처럼 한 곳에 머물면서 매일을 살아가는 거라고. 나의 여행은 항상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머무름이 없는 여행이었다.
손이 엄청 아팠음에도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호캉스를 떠날 수 있다는 마음에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우선, 한 달간 머물 숙소를 예약하는 게 급선무였다. 목적지는 낭만의 섬, 발리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발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숙소가 있었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저렴하면서도 안락한 공간이었다. 몇 시간을 공들여서 찾은 결과 마음에 쏙 드는 숙소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