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를 요구하는 들개 때문에
언제나 우붓 시내로의 마실은 환한 오후였다.
들개 이외에도 낮에 우붓 시내로 가야 할
이유가 존재했다.
우붓 중심에 위치한 전통 재래시장이 바로 그 이유다.
시장의 이름은
‘빠사르 스니 우붓’ 또는 ‘우붓 재래시장’으로 불린다.
“How much is it?" , "No discount"
흥정하는 소리로 가득한 시장은 재래시장이라고 하기엔 여행자들의 기념품 시장 같다.
우붓 왕궁 맞은편에 위치한 시장에 들어가면
좁은 골목 사이로 빽빽하게 상점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이곳은 분명히 재래시장이다.
농산물과 식자재를 파는 현지인만의 시장은 이른 아침에만 열기 때문에 오후의 방문은 흥정 소리로 가득한 기념품 시장뿐이었다.
때마침,
푹푹 찌는 햇살을 피해 그늘진 거리를 따라 어슬렁거리던 나에게 2002년 월드컵의 상징이었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What do you want?"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를 지나쳤다.
수공예품부터 그림, 인테리어 소품, 패션 잡화,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지만 내 마음을 훔치지는 못했다.
물론, 어디서도 발견하기 힘든 우붓 특유의 예술품이
모여 있는 갤러리는 흥미롭기 충분했지만
사치일 뿐이었다.
짐이 생기면 배낭만 무거워질 뿐이니까.
유일하게 나의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망고스틴과 같은 싱싱한 과일이 넘쳐나는 과일 매대, 생필품, 음식 노점상, 개성 있는 카페였다.
우붓 시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휴식을 위해서는 체력 보충이 우선이니
먹는 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원한 음료와 먹거리로 채워진 포만감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그리고 호기심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항상 궁금했다. 왜 발리는 거리 곳곳에 대나무 그릇에 담은 꽃과 음식을 놓아두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길을 걷다가 밟을 뻔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기에 당연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사람들은 차낭과 차루라고 불렀는데,
종교와 아주 연관이 깊은 문화였다.
발리에 거주하는 90% 이상의 사람들은
이슬람이 아닌 힌두교를 믿는다.
이것의 정체는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이다.
천상계 신, 데와에게 바치는 차낭과
악령 부타 카라에게 바치는 차루로 나뉘어있다.
두 가지의 의식 속에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차낭은 반드시 제단 위에 놓고
차루는 길바닥에 놓는 것이다.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땅과 조상신을 믿는 토착신앙이 융합된 발리의 힌두교는 ‘신들의 섬’이라는
별명과 이미지가 딱 맞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한 마을에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바라본 이들의 생활풍습은 신비로웠다.
아마도, 이처럼 쉼 가득한 여행이 아니었다면
사소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급하게 여기저기 둘러보고
또, 급하게 떠나야 하니까 말이다.
포만감 가득한 오후는 우붓을 떠나기 전까지 변함없었고 그렇게 걱정 없는 매일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