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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Feb 06. 2022

계란말이 걸고 한 판 붙어

Love Ballad -brown eyed soul



항상 주변에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대개 학창 시절, 동네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아이들이 무리를 형성하는 것과 달리 나는 학교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친구들과 무리를 형성했다. 노래에 대한 애정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했다. 우리의 만남은 어김없이 노래방이었다. 각자만의 노래는 건들지 않는 게 보이지 않는 룰이었다.      

당시에는 버스킹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숨은 끼를 표현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술집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술집은 유흥주점이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술집이다. 노래대회를 개최하는 헌팅 술집부터 포장마차 그리고 식당들 말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식당에서 노래를 부른 건 철없는 행동이지만 한편으로는 엄청 좋은 추억이 되어준다.     

그날은 이러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경산으로 향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조세다. 정말 뛰어난 가창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공부를 선택한 아쉬운 친구다. 우리 둘은 대학가에 있는 어느 술집으로 갔다. 곱창전골을 하나 주문한 뒤, 우리는 술잔에 소주를 채웠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 뒤,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너 노래 안 하고 대학 온 거 후회 안 해?”

“음.. 뭐 나중에 취미생활로 노래를 할 수 있잖아.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으니, 잠시 포기해야지.”

조세는 24살에 대학교에 입학한 늦깎이 학생이다. 진로에 대한 그의 결정은 친구들 사이에서 의아했지만 과감한 그의 결단에 존중심이 있었다.

“어떤 길을 가든,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나저나 요즘 ‘브아솔’은 정규 앨범이 안 나오네.”     

‘브아솔’은 brown eyed soul이란 음악가를 부르는 줄임말로서 일종의 별명과 같다. 우리는 brown eyed soul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 멤버 개개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 ’ 브아솔‘의 모든 수록곡들은 메인보컬 나얼을 비롯하여 나머지 멤버들의 애드리브와 화음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2010년 전후반으로 ‘비켜줄게’,‘My story', '정말 사랑했을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았던 그들은 우리에게 빛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조세와 나는 ‘Love Ballad'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 소울과 사랑의 감정이 애틋하게 담겨 있어서 유난히 이 노래를 좋아했다. brown eyed soul의 Love ballad로 노래 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때마침, 누군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뒤편에 있던 대학생들이 흥에 못 이겨,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노래를 멈추자, 대뜸 조세가 이런 제안했다.

“계란말이 안주 걸고 우리랑 노래 대결할래요?”

미친놈 같았다. 전혀 상의 없이 대결을 신청하다니. 하지만, 괜찮았다. 우리가 더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다만, 알코올을 섭취한 상태로는 올바른 발성이 나올지 미지수였다.

술집의 동의를 얻은 뒤, 손님들의 박수와 함성으로 대결을 판가름하기로 정했다.

이름 모를 학생들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어랏?

아까 대충 부를 때와 다르게 진지하게 부르니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관중들을 압도하는 것 같았다.

‘아 우리가 지면 어떡하지? 너무 부끄러울 것 같은데. 안주 아직 많이 남았는데, 자리 옮기기도 조금 애매한데’

속으로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     

우려했던 대로 노래가 끝나자마자 박수갈채로 술집은 가득 찼다. 상대방이 어찌나 호응 유도도 잘하는지 박수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괜히 대결을 펼친다고 했나 후회스럽기도 했다. 조세를 말렸어야 했다. 솔직히, 대학입시 준비함과 동시에 조세와 화음을 안 맞춘지도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기에 걱정이 많았다.      


“늘 내 곁에만~~~ 그렇게 있어줘요~~”     

조세가 Love Ballad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몫을 온전히 잘 끝마친 조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의 순서를 알렸다.     

“처음 같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보다 더~~”     

생각보다 고음이 부드럽게 잘 올라갔지만,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걱정과 노래를 불안정한 조화를 이루며 노래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한 소절씩 조세와 주거니, 받거니를 할수록 걱정이 사라져 갔다. 노래를 부를수록 심장이 뛰고 즐거움 감정이 더 커져갔기 때문이다.



마지막 절정의 하이라이트에서 우리는 노래방에서 셀 수 없이 연습했던 화음을 맞췼고 다행히 노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순간, 조용하던 가게에서 박수갈채와 함성소리로 울려 퍼졌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테이블이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상대방은 곧바로 계란말이를 결제하곤

“두 분 노래 정말 잘하시네요. 좋은 승부였어요.”라며 흔쾌히 악수를 청했다.

뿐만 아니다. 가게 사장님도 분위기를 뜨겁게 해 줘서 고맙다며 육회를 서비스를 주신다고 하셨다. 우리의 취미였던 노래가 유형의 가치로 보상받은 적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조세와 술잔을 채운 뒤, 잔치기를 하며 말했다.     

“야~ 너 대학교 졸업하고 나면 우리 꼭 같이 버스킹 해보자. 너무 재밌을 것 같아.”     

“그래. 꼭 해보자!”    

           

그날 밤, 평생의 술안주가 될 오늘을 뿌듯해하며 함께 버스킹을 할 미래를 상상했다.





Brown eyed soul-Love ballad       



난 숨길 수 없죠

그대 눈 속에 난 많이도 웃네요

내 맘을 말해줄게요

떨리는 이 순간 빛나는 오늘 밤

많이 기다려온 그 말을 참아왔죠

그대에게 모자란 나라서

늘 내 곁에만 그렇게 있어줘요

처음 같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보다 더 그대를 아낄게요

눈물도 없을 만큼 상처도 지울 만큼

셀 수도 없을 만큼 사랑할게요

내 마음 언제부턴지

알지도 못해요 누가 알겠어요

자꾸만 또 나도 모르게

그대로 내 맘은 물들었나 봐요

외롭던 어느 날에 그대의 목소리는

나를 불러 봄을 선물했죠

늘 내 곁에만 그렇게 있어줘요

처음 같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보다 더 그대를 아낄게요

눈물도 없을 만큼 상처도 지울 만큼

셀 수도 없을 만큼 사랑할게요

가끔은 지쳐가겠죠

때로는 무뎌지겠죠

오늘 이 밤 우리 tonight

기억해요 It's all right

그날의 소중한 우리들을

(내게로 더 가까이 Tonight Love you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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