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온다고 약속해!

Journey(여행)

by 권동환

친구가 된 그들과 정신없다 보니 시간이 너무 물 흐르듯 지나가버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는 2차로 펍까지 갔다. 펍에서도 다트를 던지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다. 1시 무렵이 되어서야 출근이 있는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여전히 아쉬움이 짙은 이루와 동까는 내 곁에 있었다.

1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갈 곳이 없었다.

“일단, 동까 집 앞에 가서 수다나 떨자! 나 서 있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

이루와 나는 취한 그를 대려다 줄 겸 택시를 타고 동까의 집으로 향했다. 다들, 너무 취해서였을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적한 골목길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민이 참 많은 요즘이야.”

대뜸, 이루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사실, 요즘 부동산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 많아. 가오슝에 계신 부모님은 친척집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친척이 이번에 월세를 올린다고 했어.”

“부모님은 가오슝에 계시는 거야?”

“응. 아버지가 은퇴한 뒤에 가오슝으로 내려가셨어. 몇 년간 이모부가 월세를 올리지 않아서 부담이 안됐는데, 참 걱정이야.”

“네가 부모님 부양하고 있는 거야?”

고개를 떨구며 그가 말했다.

“물론이지. 우리 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셔. 나 늦둥이거든. 그래서, 나는 내일 가오슝으로 잠시 내려가야 해. 이모부랑 친척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의논을 하기로 했거든.”

“아.. 그렇구나.. 네가 타이베이에서 함께 사는 건 불가능한 거야?”

“불가능해. 아마 타이베이의 집값이 한국의 서울이랑 맞먹을 거야. 한국의 아파트는 주차장을 제공해주잖아. 여기서는 별도로 주차 공간을 구매해야 해. 거주비용으로 유지비가 엄청난 거지.”

음식 가격이 저렴했기에 한국과 집값이 비슷하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비싸다는 거야?”

“입지가 좋은 곳이라면 30년이 넘은 구축이라도 10억은 우습지. 근데, 중요한 건 집값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소득이 문제지.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것도 높은 임금 때문이야.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고 나도 생활해야 하니까. 집을 구매하고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건 아직까지 그저 꿈이야.”

“아.. 전혀 몰랐어.. 나는 네가 항상 만날 때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줘서 부유하다고 생각했거든.”

이루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네. 하지만, 부유하지 않아. 먼 나라에서 나를 보러 타이베이까지 찾아와 줬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내가 해야 할 의무지. 너도 내가 한국 놀러 가면 맛있는 음식 사줄 거잖아. 그렇지?”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네가 부산에 온다면 나는 픽업 서비스도 자처할 거야!!”

“와우! 이루랑.. 같이.. 부산.. 놀러 갈게!!!”

술에 취해 두 눈 감고 있던 동까가 갑자기 소리쳤다.

“깜짝 놀랐잖아. 너 자는 줄 알았어!”

이루는 정말 놀란 듯했다.

“나는.. 한국.. 정말.. 놀러.. 가고.. 싶어.”

여전히 술에 취한 동까는 단어를 하나씩 뱉으며 의사전달을 했다.

“둘 다 한국에 놀러 온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아. 나 정말 진지해. 꼭 놀러 와. 약속하자.”라고 말하며 그들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Promise!"

동까와 이루는 소리치며 나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고 우리 셋은 우정의 증표로 주먹 인사를 나눴다.

참 신기할 나름이다. 이스라엘에서 우연히 맺어진 인연이 친구로 발전하고. 친구가 된 이루를 만나러 타이베이를 찾아오고. 이루의 친구와 친구가 되고. 아마도 그들이 정말 한국에 나를 보러 온다면 더 신기하고 반갑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녀석들은 나를 보러 올 것이란 것을. 우리는 친구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