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는 대만의 노래방, KTV다. 이루의 친구들과 함께 만났다. 이루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죽마고우들이라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루는 그의 친구들과의 모임에 초대해줬다. 그렇지만,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루와 달리 그들은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래 부르는 걸 아주 좋아하지만 쓸데없는 낯가림 때문에 입을 다물고 조용히 맥주만 홀짝홀짝 마셨다. 대만의 노래방은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보통 식사를 하고 노래방을 가는 한국과 달리 대만에서는 포장 음식을 들고 노래방을 갔다. 물론, 노래방에서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지만 이루와 그의 친구들은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따로 구매해서 노래방에 입장했다. 이것은 목적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화라는 생각을 했다. 오직 노래를 위해 노래방을 가는 한국과 달리 대만에서는 음주가무를 목적으로 KTV를 찾기 때문이다.
노래방 가격도 한국과 달라서 특이했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한국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1인당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당 부를 수 있는 곡과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대만의 노래방 시스템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노래 불러
이루의 친구 동까가 짧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키가 작지만 세련된 패션으로 아이돌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 동까는 이루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아무래도 너무 조용히 있는 외국인 친구가 걱정스러웠나 보다. 하지만, 무엇을 불러야 할지 몰랐다. 한국 노래가 너무 없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좋아하는 팝송을 불렀다. Michael Bolton의 ‘How am I suppose live without you’였다. 간주 점프 기능이 없어서 반주를 기다리다가 노래를 시작했다. 아뿔싸! 목도 풀지 않고 술도 마신 상태라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 노래는 엄청난 고음을 필요로 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겨우 겨우 1절만 부르고 노래를 꺼버렸다.
“왜 노래를 꺼?"
이구동성으로 노래를 왜 껐냐고 그들은 말했다.
“한국에서는 1절만 부르고 끄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뭐가 잘 못 됐어?”
정말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루에게 물었다.
“아니지. 여기서는 노래를 시작하면 2절까지 무조건 불러야 해. 다음 곡 부를 때는 꼭 끝까지 다 불러야 해.”
혼란스러웠다. 내가 잘 부를 수 있는 한국 노래가 없으니 무슨 노래를 부를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친구라는 노래 너도 알지 않아?”
문득, 스쳐 지나갔다. 안재욱의 ‘친구’라는 노래가 주화건이라는 가수의 ‘펑요우’의 번안곡이라는 사실이. ‘펑요우’는 친구를 뜻한다. 중화권에서는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된 국민가요다.
“당연히 알지!”
“그럼, 우리 다 같이 이 노래 함께 부를까? 너는 편하게 한국어로 불러”
동까는 재빠르게 번호를 입력했고 이루는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우리들만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비록, 가수가 아닌 우리의 합주곡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어깨동무를 하고 ‘친구’라는 노랫말을 부르는 우리의 합창은 완벽한 하모니였다. 최소한 그 순간, 나한테 만큼은 조화스러운 화음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노래가 끝날 무렵, 이루가 외쳤다.
“CLEERS!!!! BROTHERS!!!!"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졌고 어느새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술잔을 주고받았다. 동까를 비롯한 나머지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는 시간. 대만에서 머무르는 동안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무리 중 일원이 되었다고 확신한 순간, 나도 소리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