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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Feb 19. 2022

함 불러보이소

너를 위해 -임재범

자영업자는 언제나 유혹이 많다. 그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놀기 위해 12시라는 이른 시간에 영업을 종료하고 동성로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있었다. 바로, 공연을 하고 있는 버스커 때문이었다. 멀찍이서,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너도 한 곡 한다고 말해봐. 가게 홍보도 할 겸사"라고 제안했다.

한 번도 버스킹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자신이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서 일종의 도전정신이 필요했다.

망설이는 나를 보고는 "야! 네가 노래 부르면 내가 술 산다!"라고 친구가 유혹했다.친구 때문에 가게 문도 닫았는데, 술까지 사기는 싫었다. 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를 하기는 해야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수십 명이 모여있는 곳에서 노래를 하고 가게를 언급하면 홍보가 될 것 같았다.


버스커가 잠시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또래로 보였던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죄송한데.. 노래 한 곡 해봐도 될까요?"

피식 웃더니 그는 "좀 부럽니까?"라고 말했다.

"조금... 할 줄은 압니다.."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코 끝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함 불러보이소. 못 부르면 벌금 1만 원입니다."

"네.. 해보도록 할게요."

"어디서 오신 누구인지, 부를 노래가 무엇인지 소개하고 노래하이소."


그에게 마이크를 건네 받고 신청한 곡은 임재범의 '너를 위해'였다. 사실, 임재범의 노래는 금지곡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부른 노래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비교당하기 쉬워서 선정을 하지 않는 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실수가 없이 부를 수 있도록 가장 많이 연습했던 이 곡을 선택했다.

"지금 부를 노래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입니다."

이름 모를 버스커는 압박감을 줬다.

"엄청나게 어려운 곡인데, 못 부르면 벌금 1만 원 기억하고 있는 거 맞죠? 그리고 누군지도 말씀해주셔야죠!"

"아! 저는 여기 바로 근처에 문워커라는 펍을 운영하고 있는 권동환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공연 보고 찾아오셨다고 말씀해주시면 감자튀김 서비스로 드릴게요."

깐죽거리는 버스커가 또다시 불쑥 말을 끊었다.

"가게 사장이 지금 몇 시인데 문을 닫고 나왔습니까? 암튼 노래 함 불러보이소. 궁금하네."

반주가 거리를 맴돌았다.

긴장감은 두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너를 위해





                                                                           임재범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 있는 사람인가 봐

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 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나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 줄 거야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나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 줄 거야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 줄 거야

너를 위해

떠날 거야.





항상 마음속으로만 꼭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던 버스킹은 처음치곤 아주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의 박수와 휘파람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손과 발이 부들거리는 것은 엄청난 긴장감에서 오는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와우! 사장님! 노래 정말 잘하시네예? 저는 서영준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같이 버스킹 한 번해보입시다."

껄렁껄렁하던 이름 모를 버스커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들이밀면서 달콤한 제안을 했다.

"정말요? 다음에 버스킹 같이 할 수 있을까요?"

"! 사장님 정도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 하면 목이 아프거든요. 둘이서 하는 게 제일 좋아요."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고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첫 버스킹에 스스로 감격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서영준이라는 사람과의 인연이 나를 버스킹의 세계로 완전히 빠트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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