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에서 가게를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창업비용을 아끼기 위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직접 공사를 했다. 몸이 지칠 때마다, 텅 빈 가게에서 노래를 자주 불렀다. 소리가 울려서 공명점을 찾기 쉬웠기 때문이다. 공명점이란 발성을 할 때 머리 쪽에서 울림이 느껴지는 감각이다.
함께 가게를 준비하던 동업자 친구 녀석이 말했다.
"너 성악할 줄 알지? 성악으로 노래 들어보자."
나는 성악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흉내를 낼 뿐. 하지만, 남들에게 나의 성악 발성은 언제나 환호의 대상이었다. 친구의 바람에 따라 김호중의 3'나의 사람아'를 불렀다. 인기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한 그는 성악가다. 영화'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그는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스타였다. 나 역시 그런 그를 좋아했기에 그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날도 그랬다. 보는 관객이라고는 친구뿐이었지만 열정적으로 노래를 했다. 친구는 그런 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노래를 다 부른 뒤, 영상을 확인하자 나쁘지 않았다. 흡족한 마음으로 가게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얻은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업로드를 했다.
며칠 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김호중이었다.
"지금 대구인데,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노래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얼떨결에 그와의 만남을 약속했다.
가수와의 만남은 처음이었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그를 만나서 대구의 그랜드호텔로 향했다.
가게에서 호텔은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방 도착했다.
조금 뒤,
건장한 한 사내가 로비에 등장했다.
"반갑습니다. 김호중이라고 합니다."
정말 신기했다. TV에서만 보던 그를 실제로 만난 것이다.
"제 노래를 그렇게 멋지게 불러주신 분이 처음이라 꼭 만나고 싶었어요."
그렇다. 그가 연락을 한 이유는 자신의 노래를 불러준 일반인에게 고마워서였다.
나 또한 태어나서 들어본 칭찬 중에 가장 설레는 칭찬이었다.
"아닙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즐겨 불렀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영광이네요."
우리는 그렇게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동성로로 자리를 옮겼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그가 말했다.
"혹시, 성악을 배우셨나요?"
"아니요. 배운 적 없어요. 그냥 흉내 내는 거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던 그는
"근데,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두성에 공명을 맞춰서 노래를 부르죠?"라고 말했다.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찬이십니다. 예전에 플라워의 고유진이 '미안해요'라는 노래로 성악을 하는 영상을 본 적 있었어요. 영상대로 따라 해 보니, 성악 발성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흉내만 낼 줄 아는 거예요.
근데, 호중 씨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아! 저는 91년생입니다. 동환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저는 90년생이에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줄 알았는데..."
"형님이시네요! 말 편하게 하세요. 제가 원래 팬들이랑은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는데, 형님하고는 인연을 맺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정말 고마워요. 감격스럽네요. 그럼, 지금부터는 형 동생 사이가 되는 걸로 하고, 말 편하게 하도록 할게요."
대구 향토음식 오드레기와 뭉티기(동성로물만난유쾌)
친분을 쌓기 위해, 우리는 어느 술집에 들어갔다.
간단한 안주거리와 소주를 시킨 뒤,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나의 사람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곡이야?"
"흠.. 사실, 성악으로 제가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성악은 대중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대중가요와 성악의 조화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노래예요. 앨범 준비도 비틀스가 사용했던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노래가 많이 못 떠서 아쉬웠어요. 근데, 그 노래를 형님이 불러주신 거죠. 정말 가수로서 보람을 느꼈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가수로서 의욕과 열정이 뜨거웠다.
"저는요. 형님. 가수로서 만개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논란거리도 있겠지만, 하루빨리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