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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권동환
Feb 20. 2022
추억에 새살을 입히다
새살 -먼데이키즈-
"
히
야! 버스킹 하러 가시죠?"
(대구에서는 형을
히야
라고 부름)
버스킹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준 영준이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무진장 더운데 어디서 노래 부르려고?"
대프리카로 유명한 대구의 여름은 잔인할 정도로 더웠다. 그런 이유에서 이런 날씨에 노래를 부르기란 쉽지 않았다.
"더워서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수성못에서 노래하죠?"
"수성못? 거기는 사람들 많아?"
"아뇨. 딱히, 많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오늘은
우리끼리 노래 부른다고 생각하고 가죠!"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최근 연습하고 있는 노래들을 불러볼 겸 수성못에서 그와의 만남을 약속했다.
하지만, 도착한 수성못에는 복병이 있었다.
모기였다.
호수 인근이다 보니 모기가 엄청 많았다.
하지만, 모기 따위가 우리의 뜻을 막을 수 없었다.
모기에 뜯길 각오를 하고 엠프 설치를 했다.
수성못에는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곳이 없어서 건전지로 전원을 켰다.
전선을 연결한 것과 건전지는 어마 무시한 차이가 있다.
일단, 엠프의 출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의 절반의 출력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아쉬운 대로 건전지를 사용할 수밖에. 어차피 우리는 연습을 하러 나온 것이니까.
마이크 테스트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아! 아!"
역시, 생각대로 출력이 낮아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얼마나 노래를 불렀을까?
대충 한 시간이란 시간이 지났다.
예상은 했지만, 단 한 사람도 공연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저 우리 주변을 맴도는 것이라곤 모기 녀석들 뿐이었다.
그만하고 이제 돌아갈까 생각하던 찰나,
"혹시, 추천곡 불러주실 수 있나요?"
어두컴컴한 산책로에서 어느 커플이 등장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풋풋한 커플이었다.
"물론이죠? 아는 곡이라면 해드릴 수 있어요. 어떤 노래 좋아하시나요?"
"먼데이키즈의 '새살' 불러주세요."
의외였다. 먼데이키즈는 2000년대 중
반에 명곡 제조기였던 남성 듀오 보컬그룹이지만, 요즘 세대들에게는 너무 머나먼 과거의 가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먼데이키즈는 나에게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진 보컬그룹이다.
원년 멤버였던 김민수와 이진성은 미친 가창력으로 센세이션 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민수의 특유의 거칠면서도 깊은 허스키 보이스를 따라 하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긁
는
연습까지 했었다.
훤칠한 외모와 뛰어난 그의 실력은 어린 소년에겐 너무나 멋졌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08년 4월 29일에 김민수의 오토바이 사망 사고로 인해 그들은 잠정적으로 해체되었다.
다시 되돌려봐도 참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그래서인지, 먼데이키즈의
'
새살'을
오랜만에 부른다는 자체가 굉장히 반가웠다.
아니. 뭔가 잊고 지냈던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렇게,
10여 년 만에
부르는 기분은
색다롭고
묘했다.
우리끼리 연습하기 위해 전혀 기대 없이 머무른
수성못에서 부른 '새살'은
잠시나마 추억에 '새살'을 입혀줬다.
새살
먼데이키즈
갑자기 걷다가 멀쩡히 웃다가 생각납니다
꼭 잊을만하면 괜찮을만하면 그댄 다녀갑니다
가시라도 박힌 것처럼 불에 덴 것처럼 아파옵니다
꼭 아물만하면 견뎌낼 만하면 돋아납니다
그리워서 보고파서 삼켜내
눈물에 짓무르어버린 나의 상처 위에도
새 살 돋아나는 날이 올까요
그대가 아주 잊혀질 날이 올까요
항상 어긋나기만 했었던 사랑이라서
내가 잊으면 돌아올까 봐 잊을 수도 없죠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게 참 알 수 없는 게 사랑입니다
꼭 닿을만하면 익숙할만하면 떠나갑니다
이제 다시 못쓸 만큼 허물어져버린
아프다 아픈 나의 가슴속에도
새 살 돋아나는 날이 올까요
그대가 아주 잊혀질 날이 올까요
항상 어긋나기만 했었던 사랑이라서
내가 잊으면 돌아올까 봐 잊을 수도 없죠
새 살 돋아나는 날이 온대도
그대가 아주 잊혀질 날이 온대도
한 사람에게만 길들여진 가슴이라서
그대 아니면 어떤 사람도 안을 수가 없죠..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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