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동환 Jul 12. 2023

LA의 지하철은 지옥철

홈리스들의 터전

LA에 머무는 동안 우버, 버스, 킥보드 등 다양한 교통을 이용했지만 가장 많이 이용한 대중교통은 지하철이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서 떠올리는 지하철은 약속 시간을 맞춰주는 일정함과 안전함 그리고 청결함이다. 과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나라의 지하철은 어떠할까? 청결한 화장실과 지하철 내부. 보안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안전한 치안. 한국보다 혁신적이길 바랐던 발권시스템. 많은 부분에 대해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기대심. 아니. 헛된 상상이었다. LA의 지하철은 61개국을 여행하며 탑승했던 대중교통 중에서 최악이었고 지옥이었다.


말 그대로 지옥철.


LA가 무슨 시골 동네는 아니지 않은가? 미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의 지하철에서 목격한 광경은 심각했다. 우선, 홈리스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을 홈리스라고 부른다. 그들은 지하철에서 먹고 자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여유로웠다면 길거리에 텐트를 치고 생활했을 텐데. 그마저도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모두 지하철로 모여들었다. 하나 둘이 아니다. 수십. 아니 못해도 수천 명이 LA 지하철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 많은 경험을 통해 산전수전 다 껵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최초로 그들을 목격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자기들끼리 다툼이 있는 모습도 친구 간의 싸움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같은 라인의 지하철을 오고 가며 좀비처럼 무의식으로 무질서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홈리스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지하철 요금을 내고 탑승하나?"


그렇다. 종착역에만 보안요원과 철도직원들이 배치되어 있지. 할리우드역과 7th street 같은 일반 지하철역에는 아무 인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나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갑자기 중국인 한 명이 떠오른다. 함께 관광온 중국인 친구한테


"야! 내 말이 맞지? 그냥 이렇게 개찰구 열고 들어가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니까?"


홈리스들은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에게까지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 이후 유심히 지켜본 결과, 많은 일반인들도 무료로 탑승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관광객과 민간인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말싸움을 한다던지 실제로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목격했다. 폭력을 민간인에게 직접적으로 휘두르지 않았지만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에 위험을 감지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준 순간을 말하고 싶다. 처음 LA의 지하철을 탔던 날이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대였음에 승객이 많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홈리스들이 지하철에 많다는 사실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 내부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봤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약과다. 무려, 대마초를 피우는 홈리스들도 많았다. 일명 '하이'가 온 그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상태로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를 것이다. 혹시나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싸움을 걸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쉴 틈 없이 생각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과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제는 '홈리스'의 존재가 LA의 생활 문화 중 하나가 되버린 것 같다. LA 시민의 말을 빌려보자면 2016년까지는 이렇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때부터 천천히 대마초 합법화와 코로나가 맞물리며 시너지효과로 더욱 심각해져 현재의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LA카운티 지역 홈리스가 1년 만에 10% 늘어나는 동안 베벌리힐스와 브렌트우드 같은 부촌에 홈리스가 45% 급증한 것만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수치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홈리스’의 존재 자체만을 문제점으로 바라봤을 때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과한 자유를 주고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국가의 탓일까?‘ 아니면 ’ 국가가 준 자유를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개인을 탓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당연히 LA의 집값과 월세가 폭등해서 비싸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부동산의 폭등에 초점이 아니라 홈리스들의 삶에 대한 태도에 초점을 둔 것이다. 며칠 동안 스쳐 지나간 최소 100명의 홈리스들은 약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이 문제점을 생각해 보았다.

하나 확실한 것은 최소한 본인만큼은 LA의 지옥철에서 다양한 유혹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다. 마약과 알코올 같은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말이다.  모든 미래는 스스로의 사소한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홈리스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들에게는 현재 동정심보다는 뼈 아픈 한마디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영상으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여작동아로 활동하고 있는
저의 여행유튜브채널을 방문해주세요


https://youtube.com/@Dong_a_k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의 팁문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