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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Jul 15. 2023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의 팁문화

필요악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적응이 되지 않고 꺼려진 것은 팁 문화다. 한국에서는 팁 문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괜히 추가요금을 내는 기분이 들어서 꺼려졌다. 사실, 팁 문화가 나의 주변에 평생 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다닐 때도 팁문화는 나의 주변에 언제나 있었지만, 당시 학생이던 내가 무조건적으로 팁을 내야 하는 좋은 식당을 갈 일이 없었다. 기껏 해봐야 가는 곳이 한식당과 베트남 음식점, 중국 음식점, 일본 음식점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이 전부였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곤 팁을 주고받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거주했던 온타리오는 팁을 주지 않더라도 딱히 불친절하거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필수가 아닌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혀 달랐다. 미국에서는 어디에서든지 팁을 요구했다. 약 15%가 기본적인 팁 수준이었다.


팁을 주지 않기 위해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법도 문제가 있었다. 예전에는 식당을 나가면서 현금을 두고 가거나 영수증에 팁의 액수를 적어놓고 나갔기 때문에 종업원과 대면할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불친절하거나 혹은 팁을 내기 싫으면 민망함 없이 노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결제 직전 1~5%,5~15%, 15%~25% 팁의 액수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화면이 디지털 계산기에 뜬다. 심지어, 종업원이 옆에 있기 때문에 노팁을 선택하기 어려워서 억지로 팁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직접 주문한 커피에도 팁을 요구하는 상황도 마주했다.


팁문화의 기원은 무성하다. 오랜 옛날, 영국의 커피하우스에

'To insure promptitude'라고 '신속함을 보장함'이란 뜻이 적힌 통이 있었다고 한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사람들이 통에 돈을 넣어서 tip box가 생겼다는 썰이 있다. 또 다른 기원은 하인들에게 귀족들이 수고의 의미로 주던 용돈이다. 하지만, 흑인 노예 해방 이후, 노예에게 지급하지 않던 임금을 주려니 아까워서 고용주가 최대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팁으로 충당하여 팁 문화가 현재의 모습으로 변질되었다는 썰도 존재한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미국의 팁 요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남북전쟁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그중에서 소득이 높아진 미국인들이 본인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유럽여행을 갔었다. 당시 팁문화가 있던 유럽에서 미국인들은 돈을 뿌리는 허세를 부렸고 그러한 부자들만의 행동이 고스란히 미국에 유입되어 팁 요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허세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합되어 최근 미국에서는 팁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팁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심각한 곳은 팁으로 30%를 요구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점은 영화 속 명대사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라는 말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팁을 받거나 아예 팁을 받지 못하면 손님에게 보복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팁 문화는 자본주의의 기본 가치가 담겨있다.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따라 팁의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팁 문화가 없다면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일꾼 모두가 불친절할 것이 확실하다. 테이크아웃 커피 집을 가더라도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도 불구하고 직원이 다른 직원과 혹은 마주 보고 있는 손님과 수다를 떤다고 다음 주문을 받지 않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기에 미국에서 팁문화와 친절도의 상관관계는 100%라고 본다


비교적 가난한 동남아 국가에 가서 과한 서비스를 요구하며 팁을 주는 몰상식한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런 잘못된 행동은 ‘한국인=팁’이라는 관행을 만들어 자유여행자들의 지갑을 괴롭힌다. 웃긴 사실은 그렇게 동남아에서 팁을 남발하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는 팁에 대한 지출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오히려 미국인들은 아시아에서는 팁의 개념이 없다는 사실에 미소를 짓는다.


다시 돌아와서 미국 내 팁에 관한 문제점을 이야기해본다. 미국인 3명 중 2명이 1가지 이상씩의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되었다. 과도한 팁을 요구하거나 불친절한 서비스마저도 팁을 줘야 하는 상황에 분명히 그들은 불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팁문화에 대한 논쟁은 10년 뒤에도 끊임없이 지속될 것 같다. 미국은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나라다. 또한, 팁문화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융합되어 탄생한 미국 고유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결과론적으로 바라볼 때 그들의 자본주의에서 팁문화는 필요악이다. 다음에 미국을 다시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만족스러운 서비스에만 정당히 팁을 요구하는 성숙한 문화가 미국에 뿌리내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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