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빈부격차
라틴 아메리카의 멕시코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 살고 있다. 매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세계부자순위 발표에 따르면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그는 빌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가 되기도 했다. 2023년 기준으로는 세계 9위 부자지만 그는 십 수년 전부터 항상 전 세계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멕시코의 경제대통령이다. 삼성 이재용 회장보다 수십 배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멕시코라는 나라는 과연 부자 나라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멕시코는 불평등 지수가 아주 높고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다.
10%의 부유한 멕시코인들이 소득의 47%를 차지하는 반면, 가난한 10%의 인구는 소득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격차는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다. 빈부격차는 사회의 안정성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소득 재분배와 노동 시장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 멕시코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경제의 기반이 약한 멕시코에서 카를로스 슬림 회장은 전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의 사업과 부패한 정치인들과의 정경유착 덕분이다. 그를 포함한 멕시코의 재벌들은 국회의원과 제도기관장 그리고 대통령 선출까지 뇌물로 긴밀히 관여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멕시코의 헌법에는 '멕시코의 최고 권력은 멕시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부여된다'라고 삽입되어 있다. 그런 대통령의 선출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카를로스 회장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뜻이다. 선출 이후에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정하는 정책은 뇌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의 말 한마디면 정치인과 대통령이 그의 공간으로 모일 정도로 하니 그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변화를 주도하려는 여러 인물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 살해당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심지어, 바른말을 하는 언론인들까지도 청부살인을 당하고 있다. 한편, 그가 소유한 독점적인 사업은 텔멕스라는 통신사다. 문제는 전화가 잘 안 터지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품질과 서비스가 안 좋은데 독점시장이다 보니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에 맞춰 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려도 국가와 경쟁사가 제재하지 않다 보니 모든 피해는 사용자의 몫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멕시코 곳곳에서 쉽게 공중전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중전화가 많이 사라진 한국과는 아주 상반된 풍경이다.
그렇다면, 멕시코의 빈곤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번화가에서는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목격했다.
멕시코인들은 절반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서 구걸하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에서도 구걸을 하는 홈리스들을 많이 봤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를 데리고 구걸하는 여성들이 참 많았다. 구걸도 경쟁이 치열해서 타인에게 아기를 대여해서 구걸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대여비는 아이의 나이에 따라 시간당 5천 원에서 많게는 1만 원 이상이다. 어떻게 자신의 아이를 남의 도구로 빌려줄 수 있냐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아기들은 매춘부의 자식이다. 여아는 커서 또다시 매춘부가 되고, 남아는 성장해서 카르텔의 조직원이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면 된다'라는 개념도 이곳에서는 힘들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최저시급은 9860원이다. 멕시코는 작년 대비 19.7% 인상하여 1만 5천 원이다. 모두 꽤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당이 아닌 하루일당이다. 안타깝게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빈곤층에 포함이 되지 않는 일반인이다. 1만 5천 원도 못 버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은 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 자동차의 유리를 닦아주거나 구두닦이와 같은 노동층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을 배출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예상하기 힘들 뿐이다.
멕시코 여행이 끝난 현재, 멕시코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을 잊지 못한다. 소수의 악인이 저지르는 사악한 사건들이 멕시코의 이미지를 더럽히지만 그런 현실의 시발점은 빈부격차로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분명히 처음부터 나쁜 사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일반인이었을 것이다. 빈부격차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 멕시코의 미래가 밝아 다음 방문에도 그들의 선함을 경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