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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Oct 04. 2023

중앙아메리카일주를 오로지 버스만으로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

결심을 내렸다, 중앙아메리카는 오직 버스를 타고 여행하기로. 애초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다. 멕시코의 한식당에서 만난 대구출신의 동갑내기 친구를 만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남미일주를 오로지 버스여행으로 성공했다는 그녀의 한마디가 나를 자극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란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가능했다. 그런 상상은 현실로 다가왔고 너무나도 고생스러웠다. 과테말라부터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까지의 버스여정은 말 그대로 인내심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서울의 거리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다수의 도시 간의 이동은 3~5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국가 간의 이동은 전혀 쉽지 않았다. 10시간은 기본이었다. 아무리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해도 도착은 까마득했다. 미리 다운로드를 해놓은 넷플릭스의 영화 시청이 끝났을 때의 허무함도 이 긴 여정을 더욱 힘들게 했다.

출국심사와 입국심사는 얼마나 까다로운지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도 있었다. 스페인어가 되지 않아 소통의 부제가 짜증의 중심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입국세 혹은 출국세를 지불하면 돈이 괜히 아까웠다.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환전상들은 얼마나 많은지. 필요 없다고 해도 버스 앞까지 쫓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굉장히 난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여권에 채우진 새로운 스탬프를 바라보면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았다. 최소한,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이스라엘처럼 10시간씩 구금당하고 심문을 받는 일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그 순간이 떠오른다. 중앙아메리카에서 버스과 관련된 사건 중 가장 짜증 났던 일이다. 때는 2023년 8월 10일. 아마 오후 4~5시 사이였다.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를 여행하던 도중, 뒤에서 갑자기 공격한 개한테 물려서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상처는 꽤나 컸고 온두라스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자마자 숙소에서 알려준 현지버스회사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는 니카라과로 향하는 버스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버스회사에서 알려준 주소로 다시 이동했다. 이동한 곳은 테구시갈파의 외곽에 위치한 Tica bus라는 회사였다. 티카버스는 중앙아메리카의 모든 도시를 연결해 주는 버스회사다. 이미 과테말라에서 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에서 온두라스까지 오는 여정을 티카버스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함께 할 수 없었다. 모든 좌석이 이미 매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온두라스의 시외버스를 타고 2개의 도시를 경유하며 니카라과 국경으로 찾아가는 방법이 있었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와 함께 그런 여정을 선택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4일 뒤에 티카버스와 떠나기로 결정했다


며칠 뒤, 새벽 3시 40분에 기상했다. 니카라과로 출발하는 시간이 새벽 5시였기 때문이다. 부족한 잠보다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강렬한 마음이 나를 일으켰다. 티카버스에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이었다. 이제 탑승권을 보여주고 배낭을 맡긴 뒤, 나의 좌석에서 꿀잠을 가질 생각에 설레었다.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버스는 정류장에 오지 않았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5시가 지난 무렵,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현지인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버스 운전기사들이 파업을 했다는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르자 아물지 않는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흘러내렸다. (회복하는데 총 50일 정도 소요될 만큼 상처가 컸음) 벌써 2달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추억이 된 사건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짜증을 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낯선 이방인. 아무런 힘이 없다. 또한, 여행하고 있는 이 대륙은 그런 행동을 용납해주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중앙아메리카 버스여행 중에서 가장 길었던 구간은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였다. 총 17시간 30분이란 이동시간이 걸렸다. 버스 좌석도 일반좌석이었기 때문에 허리와 어깨가 너무 아팠다. 뒷좌석의 창문은 어찌나 덜덜 소음이 심하던지. 잠도 쉽게 잘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구간만 참으면 '중앙아메리카 버스일주'라는 험난한 여정을 성공한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감내하게 해줬다. 고생스러웠던 중앙아메리카의 버스여행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은 참 많지만 가장 큰 교훈이 하나 있다.

모든 문제점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여행뿐만 아니라 폭 넓게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시밭길을 걸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다. 현재, 나는 한국에서 아주 생소한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가브리 해의 섬나라를 여행하고 있다. 여행은 아직 100일 이상이 남았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마주칠 문제점들을 인내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그런 여행자가 되고 싶다.





현실감 넘치는 여행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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