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Jul 22. 2021

어느 특별했던 여름날(feat. 토마토 배틀)


나의 특별했던 여름날은 10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  미국에서 어학연수하던 시절, 나는 이모집에서 이모와 친척동생과 같이 살았다. 이모는 회사에 토마토 배틀이라는 기가 막힌 표를 판매한다고 하는데, 가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이모는 친척동생도 너무 어리고, 가기 힘드니 친구와 함께 다녀오겠냐는 솔깃했던 제안. 표를 제공해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왠지 나의 무난했던 어학연수생활에 특별한 추억 하나 남길  있을  같아 일단 친구와 함께  2장의 표를 제공해달라고 이모에게 부탁을 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함께  이를 섭외한다는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토마토 배틀.  익은 토마토를 서로에게 문지르고, 서로에게 던지는 그런 게임. 토마토로 유명한 스페인에서는 정말 저명한 축제로  알려져 있어서 솔직히 토마토 배틀을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면, 누구든 간다고   알았다.  유명하고도 재밌는 축제를 우리가 사는 가까운 곳에서 한다고 하는데 설마 아무도  간다고 하겠나. 나는 제안하는 사람마다  간다고 해서 누구랑 같이 가야 하나 고민하게   알았는데 웬걸, 제안하는 친구들 족족 ", 토마토? 옷에  묻고 그러는  아니야? 별로다" 이런 반응들이 내게 돌아왔고, "  없겠다" 거절들이 일쑤였다. 재밌을  같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도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모가 표를 샀다고 했는데, 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다.


', 정녕 혼자라도 가야 하는 건가?'


그러던 와중에 한 태국 친구를 만났다. 유쾌했고, 활발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보다 1-2살 정도 많았는데 그냥 친구였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음보가 터지곤 했었다.


"내가 정말 멋진 축제를 가려고 하는데,  나랑 함께할래?"

"무슨 축제인데?"

"토마토 배틀이라고... 토마토를 서로에게 던지고, 문지르는 축제야"


 친구는 역시 다른 친구들과 반응이 달랐다. 그리고 내게 언제 하는 건지 물었고, 마침 시간이 맞는다고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마침내 디데이가 다가왔다. 자동차가 있는 내가  친구 집으로 가서 먼저  친구를 픽업을 했다. 우린 그리고 토마토 배틀 현장으로 갔다. 축제의 현장에서 우리는 웃음보가 터졌다. 마치  볼걸   마냥.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밀려들지 모른  나와 친구도 함께 즐겼다. 입장하는 순간 바닥에 떨어져 있는 토마토를 집어 무작정 던지며 공격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토마토를 서로에게 문지르고, 공격을 했었다. 그러면서 나와 친구는 알게 모르게 받았던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신나게 놀고   우리는 피곤함을 느꼈고, 집으로 가기 위해 토마토 묻은 몸과 옷을 샤워시설에서 샤워기로 대충 씻고 차를 탔다. 물로 대충 씻었지만, 너무나 많은 토마토와 씨름했던 우리는 온몸에서 토마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런데, 토마토 배틀의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어딜 빠져나가느냐,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나갈  있겠느냐라듯이 앞다투어 사람들이  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친구는 현실을 직시하고,  안에서 안된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안에서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면 뭐하나. 그들은  차를 둘러싸고 사정없이  차에 토마토를 문질렀다. 그런데, 나와 친구는  축제를 제대로 즐긴 듯했다.  차에 그렇게 토마토를 문지르고, 앞으로 가지도 못하게 하는데도 그저 즐거워서 까르륵 웃었다. 우리는 어쩔  몰라했고, 밖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의 반응을 보고 더욱더  유리에 토마토를 문질렀다. 우리는 그럴수록 열광을 했고, 집에 가는 것도 잊은 듯했다.


'우리 집에 가고 싶어 했던 애들 맞아?'


그렇게 신나게 즐기고 나서    유리를 살폈다. 가관이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제대로 즐겼으니까. 차가 더러워지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차는 세차하면 되는 거고, 앞으로   있게만 차를 대충 닦아냈었다. 집으로 가는  신호에 멈추면, 다들  차를 보는 것만 같았다. 토마토 배틀에 다녀왔다는  동네방네 제대로  냈었다. 집에 돌아와서 이모와 친척동생은  차를 보더니 가관이라며, 세차를 해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 그래도 하려 했었어.'


나는 다음날 세차장으로 가서 토마토 배틀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정도로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세차를 하고 왔다. 이런 멋있는 축제를   있게 기회를 줬던 이모에게 너무 고마웠었다. 덕분에 나는 더운 어느  여름날 타국에서 이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있었다. 아마  제안을 거절했던 친구들은  사실을 알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너무 재밌게 놀고 왔었기에.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도 아직도 토마토를 던지고, 문지르던,  차에 토마토를 문지르며 웃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에 돌아왔을  토마토축제가 열릴 거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가보진 못했었지만 반가워했었다. 지금 당장 이런 기회가   같진 않고, 살면서 언젠가 다시 토마토축제를 즐길  있는 날이 온다면, 비록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가더라도 처음 토마토축제를 대했던 때처럼 서슴없이 즐길 생각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남편,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