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를 함께 다녀오고 나서 남편을 지켜봤다. 그동안에 병원을 다니면서도 차도가 없었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약을 바꾸긴 했었지만,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아 아마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해주셨다. 우울증이라는 자체가 갑자기 좋아지는 병이 아닌 서서히 나아지는 병이라고 하셨는데. 약을 먹으면 자꾸 졸리고, 잠만 자려하고 몸이 점점 쇠약해지는 듯한 남편을 보면 '진짜 이게 맞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자꾸만 생긴다. 이번에 처방받은 약은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잠이 쏟아지고, 불안감은 계속 느껴지고, 머리가 아프고 등등.
이번에 병원 방문 후에는 남편과 조금 다툰 일이 있었다. 남편은 지인들에게조차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이제 조금씩 알리려는 듯 많은 친구들에게 본인의 상황에 대해 오픈했다. 고맙게도 남편의 친구들은 남편이 우울증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을 만나고 싶어 했고, 너도나도 남편과 만날 약속을 정하며 남편을 위로해주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무시무시한 병으로 인해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로 불필요한 지인과의 만남은 국가적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21개월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는 더 조심하고자 나는 남편에게 4단계 거리두기가 끝나면 친구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서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러나 남편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기분이 한껏 들떠있었나 보다. 친구들 만나는걸 당분간 자제해달라고 했던 내게 그간 참아왔던 설움을 토로했다. 이번에 만나지 말라는 건데. 영원히 만나지 말라는 게 아닌데. 그래도 마음먹고 친구들을 만나고자 했던 남편을 막은 것 같아 남편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4단계 거리두기가 끝나면 꼭 다시 약속을 잡아서 만나라고 타일렀다. 친구들을 만났다면 좋아질 수 있었을까. 이런 다툼이 있고 나서 괜히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원망스러웠다.
지난주 같은 경우에는 작은 마찰이 남편과 두어 번 일어났었다. 그로 인해 남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여 남편을 힘들게 하기도 했었다. 우울증이 호전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이런 나의 걱정이 남편에게는 부담이 될까 봐 내색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성미가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한 나는 남편이 빨리 호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남편,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이러한 바람은 과연 나의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