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 두 돌이 지났다. 그리고 3차 영유아 검진 날짜가 나를 조여왔다. 잠시 미뤄두었던 숙제를 빨리 처리해야 하듯 발등에 불은 떨어졌는데 동네 소아과들은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당일 예약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던 와중에 처음 가는 소아과에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연휴 마지막 날 오면 검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남편과 아들 녀석을 데리고 처음 가는 소아과로 향했다.
소아과에 도착하고 접수를 했다. 미리 발달검사 문진표를 작성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간호사분이 확인해 보신다고 했다. 그리고 이윽고 나를 부르셨다.
"어머님......
발달검사 문진표 작성하신 게 너무 낮게 나왔는데요, 그냥 이대로 진행할게요."
"네"
잠시 고민을 했었다. 다시 수정을 해야 될까, 이대로 그냥 진행하는 게 맞는 걸까.
전날 밤 쪽잠을 자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진행했던 발달 검사지였는데 다시 해서 점수가 좋게 나오도록 하는 건 왠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의 현재 상태를 속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병원에서 아이의 발달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다고 하실 거라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리 말하는 걸 들으니 마음이 복잡했다. 이대로 진행하냐고 몇 번을 확인차 다시 물어보는 간호사 선생님께 그냥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간단하게 아이의 귀를 들여다보셨고 아이와 아빠는 잠시 나가 있으라 한 뒤 나 혼자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키, 몸무게, 머리둘레, 시각, 청각 등 성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하셨다. 그러나 발달검사에서 사회성을 제외하고는 언어, 자조, 대소근육 발달 등에 지연이 보인다고 하셨다. 치료나 검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더 궁금한 건 없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동안 아이의 성장에 대해 딱히 걱정이 없었는다. 우리 아이가 기어 다니는 것도, 걷는 것도 느렸기 때문에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해낸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말문도 기다리면 자연스레 트이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치료와 검사가 필요하다 말씀하시니 걱정이 된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물론 내가 말하는 대로 성장 속도가 느려 그런 말 못 하는 애들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런 애들도 엄마, 아빠는 기본적으로 다 한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지인들이 너의 아들은 말 언제 하냐고 물어보면 "때 되면 하겠죠,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심난했다. 그리고 아들 녀석에게 너무 미안해서 하루 종일 계속 눈물이 났다. 마치 나 때문에 아들 녀석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시작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나 때문에 언어발달지연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하게, 인형처럼 아이를 대한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