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복병으로 인하여 잃어버린 시간도 어느덧 3년이다. 한해에 최소 한 번은 해외여행 또는 비행기를 탔던 나로서는 참 답답한 노릇이다. 비행기를 어떻게 타는지 조차 잊어버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언제쯤 다시 자유롭게 해외여행 또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기다리다 점점 지쳐만 간다. 대신 일상 가까이에서 내 힘닿는 대로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음식으로 말이다.
음식으로 만난 이탈리아, 몰또
얼마 전에 명동 근처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일상의 탈출구로 명동을 종종 놀러 가곤 했었는데 그때 명동은 그동안 내가 알던 명동이 아니었다. 아마도 코시국 때문이겠지.
우연히 명동성당을 지나면서 이곳을 지나쳤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는 '그냥 이런 카페가 있구나'라고 한번 쓱 쳐다보고 말았었는데 이렇게까지 핫해질 줄이야.
SNS에 올라온 명동성당이 훤히 보이는 이태리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곳을 만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정말 소문난대로 뷰가 아름다웠다. 에스프레소에 갓 입문한 에린이인 나는 쌉싸름하고, 짭짤하고, 크림이 들어간 달달한 대표 메뉴인 카페 살레를 주문했는데 크림이 있는 에스프레소 정도는 이제 거뜬한 나로서는 스푼으로 떠서 커피와 크림을 먹는데 입안 가득 황홀했다.
아쉽게도 아직 이탈리아를 가보진 못했지만, 입속 가득 이탈리아를 감히 상상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이런 맛일까. 시간 텀을 두고 브루스게타를 주문했다. 이탈리아식 감자 퓌레와 문어를 올렸다고 해서 이탈리아 식 감자 퓌레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레몬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는데 뿌려 먹으니 문어와 감자 퓌레와 상콤한 조화가 이뤄져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이탈리아를 먹어보니 이탈리아가 궁금해졌다. 하루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더욱 커졌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이곳도 꽃이 피고 단풍이 들 때면 또 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으로 만난 일본, 이이네
길을 엄청나게 헤맸다. 하마터면 먹고 가는 걸 포기할 뻔할 정도로 길을 못 찾았었다. 진짜 처음 가는 곳은 항상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도 헤매기 일쑤다. 겨우 찾아갔는데 앞에 줄이 꽤 있었다.
길을 헤매지 않았다면 어쩌면 바로 먹었을지도 몰랐을 텐데. 도착하자마자 사람들 뒤따라서 막무가내로 줄을 서 있었는데 나보다 더 늦게 온 사람이 키오스크로 먼저 돌진했다. 혹시나 해서 내 앞에 서있던 사람한테 물어보니 키오스크에서 먼저 주문을 해야 된다고 했다. 진짜 너무 먹어보고 싶었는데 무작정 줄만 서서 기다렸다가 못 먹었을뻔했다. 몰라서 못 먹을 뻔했다. 그랬다면 너무 서글펐을 것 같다. 그땐 정말 포기해야 했었겠지?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내내 기대가 컸었다.
얼마나 맛있을까, 이걸 먹으면서 과연 일본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합격이었다. 좁고 소박한 내부, 각종 인형들과 브로마이드 등 일본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라멘이 나왔다.
라멘 맛은 분명히 맛이 있었다. 라멘에 소고기라. 차슈라는 돼지고기를 넣어주는 다른 라멘집과는 분명 차별화도 느껴졌다. 소고기에 데리야끼 소스를 해서 토치로 구워낸 건지 달짝지근한 맛도 있었고. 국물이 얼큰 칼칼 하니 내 입맛에 딱 맞았었다. 그런데 다음에도 약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까지 먹을 정도인가에는 물음표였다. 자신이 없었다. 일본에서 주로 라멘을 먹을 때는 돈코츠라멘을 위주로 먹어봤었는데 일본에서 먹는 카라멘은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과연 오긴 올까.
음식으로 이탈리아와 일본을 만나봤다. 음식을 먹으면서 감히 한 번도 가지 않은 이탈리아와 그래도 코시국 이전에 몇 번 방문했었던 일본의 어느 한 도시들을 상상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본다면 이런 맛일까도 상상했다. 요즘에는 코시국에도 불구하고 종종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루빨리 자유롭게 비행기를 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