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을 걷다
여느 때와 똑같이 퇴근을 하고 친정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었던 어느 날, 쓰레기를 버리고 오신 엄마가 동네 지역신문을 들고 오셨다.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이 생겼다네?"
만수산. 동네 뒷산인지라 아이 낳기 전에 시간 날 때면 종종 가던 곳이었다. 아이 낳고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많이 올라가 보지 못했었는데. 무장애 나눔길이라.
무장애 나눔길은 노약자, 영유아, 임산부, 장애인들이 제약 없이 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났다고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남동구에는 3개의 무장애 나눔길이 있다고 들었다. 늘솔길편백나무숲무장애 나눔길, 장아산 무장애 나눔길, 그리고 이곳 만수산. 작년 12월에 생겼다고 들었는데 동네에 살면서 이런 길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었다. 이런 길이라면, 만 2살인 우리 아이도 가는데 문제없다는 건데 그렇잖아도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이 길을 한번 가보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날씨 좋았던 주말 오후에 이 길을 나섰다.
무장애 나눔길이라는 말답게 남녀노소 누구랄 것 없이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 아들 녀석도 내 손을 잡고, 또는 남편 손을 잡고 아장아장 잘 걷는 듯싶었으나 조금 걷다 지쳤는지 안아달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 멀리 유모차 끌면서 가고 있는 아이 엄마 아빠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고, 아이가 타지 않더라도 우리도 유모차를 가져와볼걸 그랬나 아쉽기도 했다. 등산에는 영 재미를 못 보는 남편은 본인의 몸만으로도 너무 힘들어했다. 어쩔 수 없이 아들 녀석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안아서 올랐다가 힘들면 잠시 걸어가라고 하고 내려놓고는 다시 안아 올리기 일쑤였다. 잠시 내려놓으면 요즘 취미인 나뭇잎 줍기에 여념이 없는 아들 녀석. 벌써부터 열심히 청소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하려는 아들 녀석을 보고 있자니 대견했다.
목표 달성? 성취감? 이런 거 때문인지 모르겠다. 등산을 시작하면 내 안에 샘솟는 이런 거 때문에 중간에 내려오는 법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도 일단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항상 정상을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이날도 예외는 없었다. 남편이 등 뒤에서 그만 내려가자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이를 둘러업고 정상을 올랐다. 곧이어 남편도 따라 올랐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저 멀리 인천대교도 보였고, 남동타워도 보였다. 가볍게 정상에서의 인증숏도 남겼다.
남편은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내려가는 길에 남편이 "이제 여기 매주 주말마다 오자고 하겠다"라고 한마디 했다. 나는 어떻게 알았냐고 웃으며 받아쳤었다. 가까운 집 앞에 동네 뒷산이었던 이곳 만수산이 이렇게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는 산으로 바뀔지 누가 알았겠나. 열심히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아이의 체력을 단련시키면, 누가 또 알겠나. 먼 훗날, 아이가 조금 자라서 함께 한라산을 등반하게 될지, 아니면 내 오랜 꿈인 아들과 함께 다시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을 오르게 될지 이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아들 녀석과 함께 틈나는 대로 계속 가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