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기고 난 뒤로, 여행을 포기했던 나는 요즘 아이가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포기했던 여행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아이도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면서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여행을 향한 기지개를 켜듯 설레기 나도 덩달아 설레기 시작했다. 아직은 장거리로 이동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집 근처에 있는 아이가 뛰어놀기 좋은 놀이터와 같은 야외 카페를 추천을 받았다. 일단 집에서 가깝다는 것도 좋았고, 아이가 뛰어 놀기에도 좋겠다 싶어서 어린이날을 맞아 찾아갔다. 반디 세상.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었다. 걷고, 뛰어다니고 밖을 좋아하는 아이와 올해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어디를 갈지 여행지를 여기저기 고민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한 마디가 참 결정적이었다.
"그날은 사람이 많을 테니까 멀리 가지 말자"
이 한마디가 여러 가지 후보군중에 반디 세상으로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의 거리,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어?' 이 생각은 참 오만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일찍 준비하고 길을 나선다고 나섰는데 멀리서부터 길게 늘어서 있던 차들과 카페 주차장의 만차 소식. 결국 남편은 주차장이 아닌 근처 다른 곳에 차를 댄다고 나와 아이를 카페 앞에 내려주고 길을 떠났다. 카페 앞에도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어린이날을 맞아 카페에서 다양한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했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오는 건데 싶었다. 짧고 긴 기다림 끝에 아이와 함께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건 입장료가 있었지만, 다른 카페와는 다르게 1인 1 음료를 주문해야 되는 의무가 없었다. 우리 아이는 음료수를 좋아하지 않아서 1인 1 음료를 적용하면 음료수를 어떤 걸 주문해야 되나 난감한 상황이 많은데 여긴 음료 주문이 필수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입장료도 비싸지 않았고, 음료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 좋았던 것 같다. 아이와 마당에서 놀고 있으니 곧이어 남편이 들어왔다.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서 저 멀리 주차하고 왔다고 했다.
카페의 야외무대에서 연극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우리 아들 녀석은 연극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탐색을 했다. 제일 먼저 닭장을 구경했다. 닭장 안에 있는 닭에 관심을 갖다가 닭이 "꼬끼오" 하고 울자 무서워서 도망을 갔던 아들 녀석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닭에게 다가갔던 아들 녀석. 닭이 무섭지만, 친해지고 싶었나 보다. 닭에게 먹이를 줘보라고 거기 마련되어 있던 먹이를 집어 아이 손가락에 쥐어주었으나 아이는 거부했다. 그래, 우리 천천히 친해지자.
닭장에 이어 비닐하우스 농장에도 들어가서 화분들도 구경하고 모래 놀이터에서 자동차 장난감도 가지고 놀았다. 나무 놀이기구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물을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한쪽에 마련되어있던 작은 연못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연극이 끝나고, 비눗방울 버블쇼가 진행되었고, 아들 녀석은 버블쇼를 보기 위해 달려갔다. 처음에는 연못을 더 구경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버블쇼가 하는 걸 보더니 좋아서 앞에 야외무대로 달려 나갔던 아들 녀석이 눈에 선하다. 어린이집에서도 버블쇼 행사를 하셨었는데 그때 보고 또 보니까 재밌어하는 듯했다. 역시 많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이전에는 비눗방울을 불어줘도 조금 관심을 보이다가 말았었다. 그러나 어린이집에서 버블쇼 행사도 하고, 이곳에서 버블쇼도 보니 비눗방울(버블)이 있으면 일단 웃으면서 쫓아다니곤 한다. 경험을 통해 점점 발전해 가는 아들 녀석인 것 같다. 요즘 아들 녀석에게 다음에는 어디에서 어떤 경험을 선물해줄까 하는 고민이 즐겁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어떤 자극을 줄까? 하는 이 고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