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Jun 20. 2022

야간 운전을 극복하게 했던 야경 맛집, 그리피스 천문대

미국에서 어학연수로 인하여 1년 남짓 체류해 있었을 때 친구들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자주 놀러 갔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전에 자주 봤던 영화를 테마로 흥미로운 놀이기구를 탈 수 있어서 가면 항상 재밌게 놀았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렇게 여러 번 갔었으면서 근처에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는 가지 못했었다. 밤 운전이 무서워서 그랬던 거라면, 믿을 수 있으려나.



미국에 체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캐나다에 있던 친구 한 명이 처음에 미국에 놀러 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자고 했었다. 나는 재미가 보장된 곳인 그곳에 가는 걸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뒤이어 근처에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도 가보자고 했었다. 나는 "거기는 좀....." 이라며 말끝을 흐렸었다. 그때 당시에는 일단 운전에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천문대라면, 야경을 보고 와야 할 텐데, 낮에 하는 운전도 자신이 없었는데, 밤 운전이라니. 무서웠다. 천문대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더욱더 불안하고, 걱정이 됐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천문대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만 다녀오고, 그리피스 천문대는 가지 않았었다.



부모님이 여름휴가를 맞아, 미국으로 놀러 오셨다. 내게도 일주일의 여름 방학이 있었다. 나는 부모님께 주변을 관광시켜드리기 위해 최적의 장소들을 선별하여 구경을 시켜드렸다. 부모님에게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모시고 갔는데, 부모님이 보시던 영화들을 테마로 한 놀이기구였던 탓에 흥미 있게 타셨고, 또 구경하셨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집에 가려고 하던 와중에 아빠가 한마디 하셨다. 직장 동료가 "이 근처에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거기 꼭 보고 오라고. 거길 좀 데려가 줄 수 있겠니?"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천문대에 관심이 없던 나였기에, 대체 얼마나 좋으면, 여기 오는 사람들이 다 거길 가보고 싶어 할까 의아했다. 낮 운전은 괜찮아졌지만, 밤 운전이 무서웠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빠에게도 "밤 운전이 무섭다고, 익숙하지 않은 길은 가고 싶지 않다고 죄송하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가보고 싶어 하시던 곳을 모시고 가지 못해 죄송했지만, 안전이 우선이었으니까. 



한 달 동안 같은 어학원에 체류하게 된 한 친구를 만났다. 나와 동갑이었고, 마음이 맞았었다. 그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놀러 갔었다. 그 친구에게도 내가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있었다. "그리피스 천문대 갈래?" 여전히 나는 밤 운전이 무서웠다. 그런데 전보다는 미국에서의 운전이 조금은 익숙해졌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 친구는 달랐다. "운전이 무서우면, 내가 해줄게." 진짜 운전대를 맡길 순 없었지만, 뭔가 옆에서 해주는 말이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도대체 그리피스 천문대가 어떤 곳이길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는 사람마다 가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 결국 세 번째에서 나는 그리피스 천문대의 문턱을 넘었다. 같이 갔던 친구가 지구 과학을 전공했던 친구라 그랬는지 천문대를 구경하면서 설명을 많이 해주었다. 함께 천문대에 있는 망원경으로 별도 보고, 그리피스 천문대의 아름다운 야경도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삼세번의 도전 끝에 가게 됐던 그리피스 천문대, 그리고 밤 운전. 항상 모든 일에는 처음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었다.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말을 어른들에게서 많이 듣곤 했는데, 정말 어른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밤 운전을 처음 시작하다 보니 무섭지 않다는 걸 알았고, 그로 인해 정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 왔다. 아마 내가 봤던 야경 중 손에 꼽는 특이하면서 기억에 남는 야경이었다. 내가 그리피스 천문대를 다녀오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라라 랜드라는 영화가 나왔었다. 그 영화에는 주인공인 세바스찬과 미아가 그리피스 천문대를 배경으로 춤을 췄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미국에서의 추억이 고스란히 생각나 반가웠다. 한 번만 다녀왔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그리피스 천문대. 처음에 왜 그렇게 밤 운전이 무섭다고 했을까. 두 번의 기회를 날려버렸던 그때의 내가 너무 안타까웠다. LA에 가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여행지인 그리피스 천문대다.  아빠도 가고 싶어 하셨으니, 다음엔 부모님도 모시고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드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짧고 굵게, 보스턴에서의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