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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22. 2022

인생 최악의 패키지여행, 샌프란시스코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여행의 종류에는 크게 자유 여행과 패키지여행이 있는데 처음에는 어떤 여행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내가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만 해도 만족했었으니까. 그런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후로 패키지여행이 싫어졌다. 이 여행 이후로 패키지여행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가족들에게도 이제부터 나는 패키지여행은 절대 안 갈 거라고 선언을 했다. 


때는 내가 미국에 어학연수를 받으면서 1년 체류하고 있었을 때였다. 부모님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내가 있는 곳으로 놀러 오셨는데 아빠가 내가 있던 지역인 어바인뿐만 아니라 다른 근교 도시도 다녀오고 싶다고 하셨다. 이를테면 샌프란시스코나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미국에 같이 살고 있던 이모는 여름에 라스베이거스는 비추라고 하였다. 고로, 우린 따로 선택지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가 탈락했으니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올 수밖에. 이모는 부모님과 같이 가니까 안전하게 패키지를 다녀오라고 알아봐 주었다. 아빠가 자연을 좋아하셔서 샌프란시스코에 유명한 자연 관광지인 요세미티가 중심이면서 샌프란시스코 다운 타운을 여행하는 패키지여행이었다. 보기에는 아주 좋아 보였다. 패키지여행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여행 상품 일정을 보면 다 좋아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떠났던 첫 패키지여행. 아빠는 여행을 좋아하셨지만, 주로 국내 여행을 다니셨다. 첫 외국 여행이 무려 미국이라니, 샌프란시스코라니. 우리 아빠 참 대단했다. 이모가 패키지여행 집결소까지 우리 가족을 태워주었고, 재밌게 여행하고 오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빠는 고속버스 타고 가이드님이 해주시는 설명을 집중해서 들으셨고, 버스 타고 지나가는 길에 보이던 사막을 보고 열광하셨다.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은 사막같이 보였는데, 아빠 눈에는 다 다르다며 신기하다고 하셨다. 아빠가 좋아하시니 나도 좋았었다. 그런데, 너무나 오래 걸리는 이동 시간이 문제였다. 어바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진 차로 8시간 정도가 걸린다. 변화 없는 풍경마저 나를 너무 지치게 했었다. 그렇게 숙소에 다 왔다고 해서 버스에서 쪽 잠을 자다가 일어났는데. 잘 쉬지도 못했는데 새벽 3시 반에 기상해서 요세미티를 가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찍 가서 보고 일찍 와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다음 날, 새벽 3시 반이 되어 일어났고, 패키지여행은 단체 여행인지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최대한 일찍 준비해서 나갔었다. 그런데, 약속 시간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 또한 앞자리에 앉겠다고 새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너무 화가 났었다. 똑같이 돈을 내고, 똑같이 샌프란시스코 여행이 하고 싶어 온 거였는데 본인들이 앞자리에 앉고 싶었으면 더 일찍 나왔으면 됐을 걸, 새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질서를 모르는 참 어른 답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하셨다.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씩씩대며 샌프란시스코의 요세미티를 가고 있었다. 요세미티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던 숙소. 그래서 요세미티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요세미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요세미티에서 캠핑을 하거나 숙소를 잡으려거든 거의 1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고 가이드님이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데 요세미티의 전경을 보는 순간 그럴만하다는 게 느껴졌다. 울창한 숲과 나무, 먼발치에서 보이던 폭포. 시간이 있었다면 정말 저곳을 꼭대기까지 등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힐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우린 시간에 쫓겨야 하는 패키지 여행객이었다. 요세미티의 간만 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요세미티 패키지여행 상품인데, 요세미티는 밑바닥밖에 볼 수 없었을까. 이렇게 좋은 공기를 이렇게 조금밖에 마실 수 없다는 게 절망적이었다. 아쉽게 요세미티와의 안녕을 고하고 우린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으로 갔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으로 가서 샌프란시스코 시청을 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꼭 타봐야 할 명물인 케이블카를 탔었다. 바닷가를 가서 유명 레스토랑에 있는 클램 차우더 수프를 먹었고, 또 하나의 명물인 금문교를 보고 왔다. 짧은 시간에 샌프란시스코의 핵심을 다 둘러보고 왔던 것이었다.

인생 최악의 패키지여행이었던 샌프란시스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를 사랑하는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봤던 풍경인 요세미티,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케이블카, 금문교 등은 아름다웠던 추억이자, 기억인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에는 시간에 쫓기는 그런 패키지여행에서가 아닌, 온전한 시간을 이곳에서만 쏟고 싶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를 더 온전히 사랑할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이왕이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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