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 덕분에 상 받았어.

by 방구석여행자

한 통의 부재중 전화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핸드폰을 두고 산책을 나갔다 왔다.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찍혀있던 한 통의 부재중 전화. 원래는 부재중 전화 같은 거 잘 신경 안 쓰는 타입이고, 가볍게 무시하는 타입인데 왠지 이 전화번호는 수상했다.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해당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해당 전화번호는 인천종합육아지원센터에서 걸려왔던 전화였다.


육아 에피소드 공모전 참여에 대한 고민

한 달 전,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육아 에피소드 공모전이 있으니 한번 참여해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고, 육아를 하는 나에게 마감 날짜가 촉박했다. 금요일 저녁에서야 해당 소식을 들었었는데 주말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해서 도무지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께서 전화까지 하시면서 "그래도 글 잘 쓰시는 분은 한 시간이면 쓸 수 있을 분량인 것 같은데, 원래는 글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요, 어머님이 알림장 써주시는 내용 보면 어머님이 글 잘 쓰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려본 거였어요." 글을 잘 쓰시는 분은 한 시간이면 쓸 수 있을 분량인 것 같다는 원장 선생님의 말이 나를 자극했었다. 너무 바쁘시면 안 해주셔도 된다고 하셨는데 바쁜 것도 바쁜 것이었지만, 요즘 이런 발달 지연으로 고민하고 있는 아이와 엄마들이 많아 '내 글이 특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친정 엄마도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한번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날따라 아이가 일찍 잠들었다. 아이도 내가 글을 쓰길 바랬던 것일까. 나는 펜을 들었다.


기대해봐도 될까?

그동안 우리 아들 녀석을 육아하면서 느끼는 고충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진심을 담아 아이를 생각해서 글을 써서 그랬던 건지 글을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응모하기 전에 가족들에게 먼저 글을 읽어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내가 직장에 있는 동안 아이를 주로 양육하시는 친정 엄마는 글에서 내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진심이 느껴진다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우셨다. 누군가를 울린 내 글, 과연 수상을 기대해봐도 되는 걸까?


수상의 기쁨

'수상하더라도 제일 낮은 상을 수상하겠지' 약간의 기대뿐이었다. 그리고, 연락이 계속 안 오길래 관심에서 멀어져 잊혀 가고 있었다. 수상이 안된 줄 알았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설마 수상한 건가 싶어 걸려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해봤는데 점심시간이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점심시간이 끝났을 시간에 전화를 다시 걸어보니 수화기 너머로 육아 에피소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하시면서 혹시 당선을 확인했느냐고, 시상식에 참석하실 수 있으시냐고 참석 여부를 물어보셨다. 당연히 참석하겠다고 했다. 직장에는 휴가를 냈다. 고민하시다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 육아 에피소드 공모전에 한번 참여해보라고 말씀해주셨던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과 내가 써보기를 고민하고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써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던 친정 엄마, 그리고 내 아들로 태어나 준 우리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들! 너 덕분에 너의 엄마라서 행복해, 엄마 상 받게 해 줘서 고마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