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by 방구석여행자

큰일 났다. 이 날은 인지 치료 수업과 언어 치료 수업 2개의 수업이 한꺼번에 있는 날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못 잤다고 하셨다. 다행히 인지 수업교실에는 잘 들어갔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인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말씀을 들으니 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리고, 문제는 더 큰 산이었던 언어 수업이 남아있었다.


우선 인지 수업시간에 10분을 졸았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수업은 해야 하니까 공을 가지고 놀면서 하는 수 없이 잠을 깨우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컵 쌓는 활동을 해보자고 시도하셨는데 가뜩이나 피곤했는데 잘 될 리가 있나. 결국 실패했다고 하셨다. 요즘 인지 수업 활동에서 들리는 피드백이 영 저조하다. 그런데 아들 녀석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는데, 밥 먹으면서 갑자기 집에 있는 컵 장난감을 쌓는 것이었다. 컵 쌓는 모습을 맨날 시켜보면 안 했어서 할 수 있는 게 맞는지 불안했었는데 막상 하는 모습을 보니 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엄마가 괜히 걱정한 거였다. 이렇게나 잘하고 있었는데.

인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언어 수업을 들어가야 했던 눈치가 빠른 아들 녀석이 할머니에게 푹 안겨서 울었단다. 그래도 준비성이 철저한 할머니가 언어 수업 들어갈 때 아들 녀석이 요즘 좋아하는 최애 과일인 귤과 장난감을 들여보내서 그나마 우는 게 좀 덜했었다고 들었다.


언어치료 선생님께 수업이 끝난 후 역할놀이 같은 걸 해주는 게 아이에게 좋을지,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쭤봤다. 그러면서 선생님께 질문을 하거나 역할놀이를 해도 아이의 반응이 없다고 왜 그런 건지 여쭤봤다. 선생님께서는 아직 아이가 내가 하는 질문이나 역할, 행동 이런 것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반응을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무릎이 탁 쳐졌다. 생각해보니 육아 정보서에서 봤을 때도 아이의 수준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안 해주는 게 더 아이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글귀를 봤었다. 역할놀이나 질문들을 계속하면서 자극을 주는 게 좋을지 아닐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았다.


아들 녀석의 언어 치료 선생님께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질문은 많이 해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대신에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행동을 잘 탐색해서 그 행동 위주로 연관 지어 말을 해주는 게 좋다고 하셨다. 요즘 부쩍 청소하는 걸 좋아하는 아들 녀석. 평일에는 친정집에 있다가 주말에 마당이 있는 우리 집으로 데려오면, 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마당에 있는 빗자루부터 집어 든다. 그래서 그때마다 나는 "쓱싹쓱싹 청소하네"와 같은 언어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런 식으로 해주면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본인이 자꾸 좋아하는 것, 흥미 있는 것에 대한 의미가 뭔지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예를 들면, 미끄럼틀은 "슝 내려오네", 그네는 "흔들흔들, 밀어" 이런 식으로 단어와 의성어를 연관 지어 같이 자극을 주면 좋다고 하셔서 자극을 주고 있다. 동요도 무의미하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동요에 대해 율동을 같이 접목시켜서 들려주면 효과가 좋다고 하셨다. 얼마 전부터 본인이 하기 싫은 걸 시키면 "하하" 이런 소리를 내곤 한다. 언어 치료 선생님께서 이때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아 지금 이게 싫은 거구나, 싫어서 그런 거구나"와 같은 이런 감정들도 같이 말해주면 좋다고 하셨다.


아직 우리 아들의 언어 단계에서는 질문을 자꾸 해주기보다는 좋아하는 걸 위주로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명쾌하게 알고 왔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아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겠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엄마가 항상 알고 있어야 할 테니.


얼마 전, 아들 녀석이 "엄마"라고 두 번 불러주었었다. 너무 기뻐서 아들 녀석을 끌어안고 환희의 눈물을 흘렸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들 녀석은 없었고,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무했었다. 참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주변에서 우리 아들 녀석이 말하는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마다 겉으로 나는 "할 때 되면 하겠지" 하고 말을 했었다. 그랬던 내가 "엄마"라고 해주는 꿈을 꾸다니. 나도 꽤나 조급하고, 간절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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