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또 훌쩍 커버린 걸까. 너란 녀석. 발달평가 2차 검사가 끝난 후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에 약간의 변화들이 생겼다.
우선, 미끄럼틀을 잘 탈 수 있게 되었다. 미끄럼틀을 내려올 때 두 발에 제동을 걸면서 그동안 마치 숙제와도 같았던 미끄럼틀 타기. 마침내 시간이 해결해준 걸까. 어느 날 갑자기 미끄럼틀에 제동이 걸렸던 두 발이 자유로워졌다. 훨씬 스릴 있고, 부드럽게 내려오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트라우마를 해결해주는 건 역시 시간뿐이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비록 제일 높은 층의 미끄럼틀은 아직 무서워한다고 하셨고, 중간층까지의 미끄럼틀만 재밌게 타고 내려온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나로서는 엄청난 수확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그네도 선생님과 같이 타야지만 타고 선생님이 안아줘야 탔던 너였는데 발달 평가 2차 검사를 하던 그날, 선생님이 잠시 인터뷰할 때 처음으로 스스로 탔었다고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도 그날 처음으로 스스럼없이 동그란 그네에 올라가는 너를 보며 흠칫 놀라셨던 그 표정을 엄마인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감각 통합 수업 시간에 혼자 앉아 균형을 잡으며 스스로 그네를 탔다던 너. 게다가 이번에는 손까지 놓고 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몸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감격스러웠다. 비탈길 올라가기 활동도 이제는 문제없이 잘한다고 하셨다. 다만 우리 아들 녀석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아직도 두발로 점프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것. 두발로 점프 뛰기만 된다면, 이제 대 근육은 웬만큼 발달한 것 같다고 하셨다. 두발로 점프 뛰기를 집에서 많이 연습해달라고 하셨다. 요즘 두발로 점프 뛰기도 조금씩 하고 싶은지 가만히 있을 때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점프를 하려고 시동을 거는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아예 무섭다고 시도도 안 하려고 했던 지난날들에 비해 요즘에는 그래도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면서 점프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만 해도 고무적이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시간이 차차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감각 통합 치료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 녀석이 이제 말을 조금씩 알아듣는 것 같다고 하셨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갈 시간이 되자 선생님께서 "공을 놓고, 할머니에게 가자"라고 말을 했더니 아들 녀석이 공을 잘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공을 던져 놓고 선생님 손을 잡고 쪼르르 달려 나와 할머니에게 갔다고 하셨다. 요즘 집에서도 관찰해보면, 호명 반응도 하고, 눈도 잘 맞추려고 하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 곧잘 하려고 하는 아들 녀석.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이거 하지 말아라, 저거 하지 말아라 하면 딱 멈추고 하지 않는다고 하시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쁘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2차 발달 평가 이후 하루하루 커가는 게 몸소 느껴진다.
현재 개월 수에서 한 발씩 떼고 균형 잡고 2초 동안 서있기를 해야 하는데, 못했던 아들 녀석이 요즘은 내 어깨를 잡지 않고도 균형을 잡으며 서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 균형을 잡고 동그란 그네를 타는 모습이 그 증거겠지. 옷을 입고 벗을 때 뒤에는 신경 쓰지 않고, 앞에만 올리느라 바빴던 녀석이 요즘에는 엉덩이 뒤에도 살피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감동했고, 신발을 신으면서 신발 뒤에도 잘 신어졌는지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다고 안아주었다.
감각 통합 선생님이 하신 말씀처럼 그동안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요즘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자꾸 시키면서 경험을 쌓아주니 스스로 척척 해내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소중하다는 핑계로 인형처럼 다뤘던 엄마를 반성한다. 앞으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엄마가 기회를 많이 주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