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Juan Capistrano Mission을 찾다
성당에 다녀야 하는 이유
나는 가톨릭 신자다. 우리 할머니는 예부터 지금까지 쭈욱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셨고, 하고 계신다. 또한 성당을 매일 가신다. 나는 그에 비하면, 세 발의 피지만, 나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신앙심이 두터웠느냐. 그건 아니었다. 할머니의 영향으로, 엄마는 나를 유아 세례부터 시작해서 첫 영성체, 견진 성사까지 어렸을 때 내게 성당은 단지 주일이 되면 가야 하는 곳. 그게 전부였다.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갔던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할머니께 실망을 시켜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에 의무감에 다녔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가 왔을 때 성당에 너무 가기 싫었던 나는 공부해야 되는데, 성당에 안 가면 안 되냐고 반항도 했었지만, 통하지 않았었다. 어렸을 땐 성당을 왜 다녀야 하는지 몰랐었다.
성당을 좋아하게 된 이유
이런 내가 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겪고, 대학 합격 여부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서 나의 신앙심은 180도 변화를 했다. 간절함과 절박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경험하면서 모든 것이 감사했고, 그때 처음 '하늘에 정말 신이라는 게 있구나!'라는 걸 느꼈었다. 그때부터 진심을 다해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고, 기도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설사 내가 원했던 것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실망하지 않았었다. "그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분은 다르게 이루어주실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거짓말처럼 정말로 그랬었으니까. 마냥 신기했고, 나는 그렇게 성당을 좋아하게 되었다.
San Juan Capistrano Mission을 찾다
미국에 어학연수로 1년 동안 체류했을 때 이모와 친척 동생이라는 가족이 있었어서 나는 향수병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역시 마음 한 켠에는 한국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 외로움이 없었다고 했지만 외로웠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찾고 싶었던 곳은 성당이었다. 마음이 힘들어지면 신앙을 찾게 된다던데.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동네 곳곳에 있던 성당이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성당이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딘지도 잘 몰랐고, 자주 가기도 힘들었다. 이런 나를 위해 이모가 주말에 하루 시간 내어 어디론가 데려갔었다. 그곳은 바로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렸던 San Juan Capistrano Mission이었다.
신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다
지쳐있던 나의 마음을 달래기에 더없이 좋았던 곳이었다. 성당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었다. 이곳은 1776년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스페인 가톨릭 신자들이 설립한 곳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다니는 곳곳이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오래된 느낌이 많이 났었다. 마음의 안식처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곳에 자주 오고 싶었고, 이모에게 자주 같이 와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미국에 있던 동안에 할머니와 부모님이 미국으로 놀러 오셨던 적이 있었다. 이모는 그때도 어김없이 이곳 Mission을 찾았다. 성당을 좋아하시는 할머니께서 성당을 가지 못해 많이 힘들어하셨었는데, 이곳은 할머니에게도 최적의 장소였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잠깐이셨지만 신앙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실 수 있었다.
사랑의 의미
미국에 있는 동안 성당에 가지 못했는데, 성당이 너무 그립고 가고 싶었을 때 나는 이모에게 부탁하여 이곳을 갔었다. 이곳에서 십자가도 보고, 성당도 보고, 기도도 하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모는 성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데려가 달라고 하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함께 가주었다. 그랬던 이모도 고마웠다. 문득 오늘 아침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난다. 대충 "사랑은 좋든 싫든 함께하는 것." 이런 구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모는 성당에 관심이 없고, 신앙에 관심이 많지 않지만, 성당을 좋아하는 나와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함께 와주었던 것. 아마 가족이기에 사랑하니까 데려가 주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성당에 대해, 신앙에 대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과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좋든 싫든 함께 걸어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