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발달 검사 결과를 듣고 왔어요(1)

by 방구석여행자

지난번에 진행했던 2차 발달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검사를 하고 일주일 정도 후에 원래 검사 결과가 나오지만, 시간이 없어 2주 정도 뒤에 결과를 들으러 가게 되었다. 계속 결과가 궁금했었다. 그래도 요즘 인지나 감각 통합 부분은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고,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좋아졌기에 '인지나 감각 통합 부분에서는 검사 결과가 월등하게 좋게 나오겠지?'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렇게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갔던 진료실에서 나는 선생님이 보여주신 결과지를 보고 예상과 다르게 느린 발달 속도에 참담했었다.


병원 원장 선생님과 마주 앉아 결과지를 같이 리뷰를 했다. 그래도 조금 발전되었던 건, 이전에는 블록 쌓기를 못하고 쌓아 올린 블록조 차 집어던지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또래들처럼 블록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노는 집중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검사했을 당시, 아이는 32개월이었다. 결과지에 나와있는 분야별 항목들에서 아이의 현주소에 대한 개월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지 23개월, 소근육 23개월, 수용 언어 15개월, 표현 언어 12개월, 대근육 21개월 등 전반적으로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치료를 시작하기 전 처음 발달 검사를 받았을 때보다는 한 단계 정도 성장했다고 하셨다. 언어는 아직 말을 못 하는 상황이기에 높은 점수에 대해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에는 말은 안 하더라도 손으로 가리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표현을 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언어 치료 선생님께서 말씀을 해주셨었는데. 그래, 원래는 이것도 안됐었으니 나아지고 있는 게 맞는 거겠지.


언어를 제외하고, 인지나 감각 통합 수업에서는 치료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피드백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었고, 내가 보기에도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기에 인지, 대근육, 소근육 항목은 그래도 높은 점수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아마 대근육 항목에서는 두발 뛰기를 못하는 부분이 낮게 나온 원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각 통합 수업 치료 선생님께서도 항상 두발 뛰기 연습을 많이 해 달라고 강조하셨었는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심리적 요인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램펄린을 사서 옆에서 같이 뛰어주고, 뛰는 연습을 시켜주는데도 안되니 말이다. 이 같은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를 육아하고 계시는 회사 동료분께서 말씀을 해주셨다.


"아마 우리가 옆에서 같이 뛰는 건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공포감을 줄 수 있어요. 아이와 비슷한 몸집의 또래가 옆에서 뛰어야 아이가 자극을 받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조카가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트램펄린에서 두발로 뛰지 못했던 아이가 갑자기 점프를 하더라고요."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촬영하신 동영상을 보여주며 증명까지 해주셨다. 우리 아이 주변에 몸집이 비슷한 아이 가족이 없음을 탓해야 하는 걸까. 애석하지만, 두발 뛰기는 시간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한 발만으로 균형 잡고 2-3초간 서있기 또한 대 근육에 중요한 발달 요소였는데, 나는 아이가 기저귀를 입히고, 바지를 입힐 때마다 한 발을 들 때 내 어깨를 잡았었기 때문에 못하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주 양육자이신 친정 엄마께서 발끈하셨다. 할 줄 아는데 왜 못한다고 했느냐면서. 난 본 적이 없어서 그랬었다. 그런데 보란 듯이 갑자기 한 발로 균형 잡고 서던 아이. 믿을 수 없었다. 검사지의 항목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밀려 있던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그저 기특했다. 대 근육은 정말 두발 뛰기만 연습하면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인지 같은 경우, 같은 그림 맞추기를 할 줄 알아야 상위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하셨다. 현재 이 부분이 안되고 있기에 점수가 낮게 나온 거라고 하셨다. 같다는 걸 인식을 해야 생각이 확장될 수 있는데 현재 같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여 멈춰있는 거라고 이 부분에 대해 꼭 연습을 해 달라고 강조하셨다. 원장 선생님께 꼭지 퍼즐은 아이가 약간의 연습으로 잘 맞췄었는데, 종이 퍼즐을 시작하니 연습의 어려움이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종이 퍼즐 맞추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꼭 종이 퍼즐 맞추기로 연습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요즘 좋아하는 태블릿 PC에서 찾아보면 같은 그림 맞추기 같은 어플이 있는데 거기서 같은 그림을 가리키는 것만 해도 좋은 연습이 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태블릿 PC를 보여주는 것이 무조건 아이에게 안 좋은 거라고 치부하고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이렇게라도 연습이 될 수만 있다면, 잠깐은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아이가 종이 퍼즐 맞추기 연습을 하기 싫어한다고, 안 한다고 아이 탓만 했었다. 안 한다고 안 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할 다른 방법들을 생각하고 동원하여 아이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몇 번 시도해보다가 단지 안 한다고 포기를 했던 난 참 끈기가 부족하고 게을렀던 엄마였다. 병원 원장 선생님과 검사 결과지를 리뷰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가 안 한다고 나도 같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할 다른 재밌는 방법을 찾아서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걸. 아이를 키울 땐 절대 게을러선 안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태블릿 PC에 같은 그림 찾기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아이와 함께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어떨 때는 같은 그림을 찾을 때도 있지만, 못 찾고 눈만 껌뻑 껌뻑거릴 때가 대부분이다. 첫술에 배부르겠는가. 계속 꾸준히 조금씩 반복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같은 그림을 마구마구 찾아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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