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발달 검사 이후 우리 아이의 현주소
2차 발달 검사에서 감각 통합, 인지, 언어뿐만 아니라 사회성, 자조, 자폐 스펙트럼 의심 검사까지 다양한 검사 결과 항목들이 있었다. 사회성이나 자조 항목에 대해서는 그래도 평균 점수가 나왔지만, 문제는 자폐 스펙트럼 의심 검사 항목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점수는 그래도 지난번 첫 검사 결과보다는 낮게 나왔었다. 나는 그래도 지난번보다 줄어든 점수에 '많이 좋아졌다, 희망적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선생님의 다음 말씀에서 참담함을 느껴야 했었다.
"지난번 검사 결과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긴 했지만, 보호자 설문에서 아직도 자폐 스펙트럼 항목에서 의심 단계로 나오고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 여부 검사의 23가지 여러 항목 중에서 1-2개 정도가 나와야지 정상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첫 번째 검사에서는 7개 항목이 나왔고, 이번에 검사했을 때도 6개의 항목이 나왔다. 보통 6-7개면 주의 요망에 해당하여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야 된다고 하셨다. "특히나 항목 중에 낯선 상황이나 낯선 것을 봤을 때 아이가 엄마를 보나요?"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그 항목에서 내 답변이 "아니오"가 나오자, 이 부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항목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예"라고 나와야 된다고 주의를 주셨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신호를 주었는데, 내가 둔해서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 병원 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주의 깊게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내가 병원을 다녀와서 아이 때문에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병원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하곤 하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말라"라고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그런 말 한마디는 내게 더 비수가 꽂히곤 한다. 과연 '본인의 아이가 그런데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분명 걱정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해주는 말이겠지만, 정작 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계속 아닐 거라고, 우리 아이는 괜찮을 것이라고 주문을 걸고 있지만, 병원 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걱정이 됐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떤 병원을 가야 할까요? 자폐 스펙트럼 검사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가요?, 소견서는 써주시나요?"하고 물어봤다. 병원 원장 선생님께서는 재활 의학 병원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다고 하셨다. 검사는 정신과에서 진행된다고 하셨다. 보통 36개월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명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대학 병원은 조금 오래 걸리니까 미리 연락을 해서 대기를 걸어둬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아이가 원래 화장실에서 아침마다 소변을 해보자고 하면 했었고, 대변이 마렵거나 대변을 했을 경우 화장실로 곧장 달려가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이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집에서 어릴 때나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고, 성장하면서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지 않았던 아이가 요즘 갑자기 다시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곤 한다.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불구하고 간혹 땅에 떨어진 게 발견되면 입으로 가는 아이. '갑자기 아이가 퇴행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아들 녀석이 신경이 쓰였고, 덜컥 겁이 났다. 검사 결과 이후라 더더욱 걱정이 들었다. 다른 가족들에게 말을 하면, 더 걱정할까 싶어 혼자 조용히 관련 내용을 검색을 해보고 아이를 유심히 관찰을 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아이에 대해 주로 양육을 해주시는 친정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친정 엄마도 친정 엄마 나름대로 속앓이를 하고 계셨다. 친정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요즘 아이에게 발달에 대해 지시 사항과 주의 사항을 많이 시키다 보니 아이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생각도 그랬다. 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지고, 해야 할 게 많아지다 보니 본인 나름대로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 지켜보는 입장에서 속상하고 힘들지만, 잘 이겨내길 옆에서 격려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아마 '화장실도 잘 못 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종의 성장통이랄까.
얼마 전, 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와 하이파이브를 잘한다고 들었다. 이전에 처음 인사를 시작했을 때 내게도 인사를 해보라고 했더니 인사하면, 돌아서서 떠나는 줄 알고 울기 바빴었다. 그래서 한동안 인사에 대해 말을 꺼내질 못했었는데,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엄마한테 인사"했더니 고개를 까딱 했었고,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했더니 손을 부딪혔다. 감격스러웠다. 자폐 스펙트럼을 검색해보면, 사람들과 교감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 들었다.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하이파이브하자고 했을 때 손바닥을 부딪혀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는 그래도 사람들과 교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을 했다. '단순히 느린 것뿐이겠지?' 이 모든 게 다 기우였으면 좋겠다.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