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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29. 2022

블루라군에서 온천 즐기기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폭포 말고 또 유명한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온천이다. 아이슬란드에는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화산인 활화산이 많이 있다. 간혹 뉴스에서 아이슬란드에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는 소식들을 접하곤 했었다. 이러한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 지하수로 인해 온천이 유명한 것인 줄 모르겠다. 그런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은 바로 공항에서 멀지 않은 블루라군. 블루라군은 다양한 매체에서 세계적으로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소개가 많이 되었던 만큼 아이슬란드에 간 김에 꼭 들렀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봤을 때나 TV에서 봤을 때 '진짜 어떻게 물 색깔이 이럴 수가 있지?'라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신기했던 하늘빛 물 색깔. 실제로 가서 마주한 블루라군의 물 색깔은 다양한 매체에서 봤던 것처럼 하늘색의 우윳빛깔처럼 뽀얬었다. 어떻게 물 색깔이 이리 예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물 색깔이었기에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해수와 담수가 높은 온도에서 결합된 지하수에 있는 실리카와 유황 성분 때문이었다. 

블루라군 옆에는 블루라군에서 운영하는 호텔인 실리카 호텔이 있는데 실리카 호텔을 1박 묵으면 블루라군의 메인 온천풀을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준다. 또한 실리카 호텔 안에는 블루라군과 똑같은 온천수를 프라이빗하게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실리카 호텔 투숙을 안 할 이유가 있나. 무조건 해야지. 

실리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한 후 바로 블루라군의 온천풀을 이용하기 위해 달려갔다. 블루라군을 처음 딱 본 순간 과연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내가 진짜 꿈에 그렸던 이곳에 와 있다니! 실감이 났었다. 블루라군의 실리카 머드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풍덩 온천수로 들어갔다. 실리카 머드와 소금이 섞인 물에 둥둥 떠 다니면 마사지가 따로 없었다. 블루라군 곳곳에 실리카 머드가 있어 만질 수 있었고, 몸에 바르면 피부에 좋다길래 얼굴과 몸에 아낌없이 발라 주었다. 색깔이 하얘서 몸에 시멘트를 바르는 느낌이었다. 실리카 머드는 만졌을 때 쫀득쫀득, 말캉말캉한 느낌이었다. 계속 만져서 몸에 바르고 싶은 만큼 바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좋은 건 계속 계속 발라줘야지. 남편과 서로의 몸에다가 왁자지껄 사이좋게 발라주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무척이나 추웠는데 뜨끈뜨끈한 물속에 몸을 담그니 몸이 사르르 녹아들었다. 게다가 물놀이하다가 배고프면 맥주 한잔 마시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아이슬란드 전통 맥주로 여행에서의 즐거운 축배를 들었다. 공용 온천을 나름 즐긴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밤은 호텔 전용 프라이빗 온천에서 밤 온천을 즐겼다. 

그러나 확실히 저녁과 밤은 천지차이였고, 물속에 담가있는 몸은 그럭저럭 따뜻했지만, 물밖의 얼굴과 손이 너무 꽁꽁 얼 것 같았어서 짧은 온천욕을 마치고 들어와야 했다. 정말 하루 종일 실리카 머드 온천을 즐겼었다.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그동안 결혼 준비하면서 받았었던 스트레스와 아이슬란드까지 오기 위해 했던 장시간의 비행, 여행하면서 느꼈던 피로들이 고스란히 풀리는 것 같았다. 추위를 잘 타는 남편은 아이슬란드가 워낙에 추웠던 탓에 온천 일정을 유난히 좋아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의 일정 중에서 블루라군을 기다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좋았지만, 남편이 여행 중에서 가장 행복해했던 모습에 뿌듯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온천을 하러 가기 바빴던 우리는 온천을 모두 즐기고 온 후에야 호텔 객실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깔끔했고, 하늘색 우윳빛깔의 뽀얀 온천수에 블루라군이 보였으며, 검은색 현무암들이 곳곳에서 보여 화산지대라는 게 실감이 났던 전망이었다. '우리가 과연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가.' 생각보다 객실이 좋아서 깜짝 놀랐었다.


블루라군에서 온천을 즐기다 보니 하루로는 너무 부족하다며 하루 더 묵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워했었다. 여행 중에 이렇게 오로라를 못 볼 줄 알았겠는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더라면 블루라군에 며칠 더 묵었을 것이다. 다음에 우리에게 또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기회가 온다면, 블루라군은 꼭 다시 오자고 남편과 약속을 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정보인데, 아이슬란드 북부지역에 블루라군을 뛰어넘을 새로운 온천이 생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블루라군과 달리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온천으로 온천을 하고 숲을 거닐며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고 들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내겐 일석이조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 더더욱 관심이 갔다. 내친김에 아이슬란드 온천 여행 콘셉트로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점점 버킷리스트만 쌓여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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