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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ug 03. 2022

저도 좀 찍어주실래요?

한 달 동안 나 홀로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했던 해외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주변으로부터 "혼자 가는  무섭지 않아? 괜찮겠어?"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많이 들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무사히  다녀왔고, 괜찮았으니까 지금  글을 쓰고 있겠지.  


우선 나 홀로 여행을 해서 가장 좋았던  함께 여행하는 일행이 없기 때문에  일행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이었다. 일행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일행의 기분을 살피고 맞춰줘야  때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없을  없었다. 그러나 여행을 하다 보면 그것조차 힘들어질 때가 있다는 걸 여행자들은 잘 알 것이다. 또한 내가 무언가를 먹고 싶지 않을  일행이 먹고 싶어 하면 함께 먹어야 되고 내가 어딘가를 가고 싶지 지만 일행이 가고 싶어 한다면 함께 가야 하는 등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점이 나 홀로 여행을 할 때 가장 좋은 점이었다. 그러나 일장일단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불편하고 귀찮았던 점은 바로 사진이었다. 내가 되고 싶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사진기사가 되어 버린다. 지나가는 관광객을 찍어주기도 하고, 예쁜 풍경을 담기도 . 나도 예쁜 풍경에  모습을 담고 을 때가 있었는데 혼자서는 참 힘들었다. 저도  사진  찍어주세요!


여행지에 도착하여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혼자 여행을  것인지 어떻게 그렇게  알았을까?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종종 들었었다. 내가 너무 무의식적으로 혼자 여행  티를 냈던 것일까? 표정에서 티가 났던 것일까? 나는  혼자서도 재밌게  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나 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갔을 때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광장에 있는 분수대에 앉아 있었다. 그때 어떤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때 당시에 하도 여행지에서 사건 사고가 많았던 시기였다. ‘나한테 왜 다가오는 거지? 나를 해코지라도 하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경계태세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본인의 카메라를 나에게 건네더니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그 질문을 듣자마자 머쓱해졌다. 나는 밝게 웃으며 “물론이죠”라고 대답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본의 아니게 나는 그들의 사진기사가 되어있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갔었다. 북방의 베네치아라는 별명답게 곳곳에 운하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도시 곳곳의 운하들이 예뻐서 열심히 풍경 사진을 차곡차곡 남기고 있었다. 예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남기고 싶었지만, 혼자 사진을 찍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홀로 여행이 처음이었던지라 미쳐 삼각대를 준비하지 못했던 나는 카메라 앵글에  얼굴로 꽉 차 있었고, 예쁜 풍경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게 혼자 낑낑대며 어떻게든 사진을 담아내고자 했었는데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지나가던  현지인이 말을 건네 왔다. 


“여행객인가요? 사진 찍어줄까요?”

'그래,   잘 만났다.   찍어주세요!'


그런데 처음에는 이 사람을 믿을 수 없었다. 사진을 찍어준다 해놓고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면 어쩌나 별의별 걱정이 됐었다. 일단 카메라를 맡겼는데 다행히 사진을 예쁘게 잘 담아주어 고마웠다. 잠깐 의심하고 걱정했던 게 미안했을 정도로.

핀란드 헬싱키에 갔을 때였다. 이슬람 사원을 방불케 하는 황금색 돔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우즈 펜스키 사원에 도착을 했었다. 마침 커플이 있었는데 서로 사진을 찍고 난 후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나 보다.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예상을 했었다.


"사진  찍어주세요"


나는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카메라를 건네주면서 저도 좀 찍어주실 수 있냐고 부탁을 했었고,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외국인들 사진 잘 못 찍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들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그래도 나는 아직 못 만났어서 다행인 걸로.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마지막 날 카페를 갔었는데  혼자 조용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잠시  세명의 일행이 들어왔다. 그들은 꼭 집주인과 여행을 놀러 온 사람들 같았다. 본의 아니게 그들이 하는 대화들이 조금씩 들렸었다. 이윽고  사람이 내게 핸드폰을 들고 다가왔다.


"사진  찍어주시겠어요?"


그는 내게 핸드폰 작동법을 열심히 설명을 했다. 나는  핸드폰을 보여주며 같은 핸드폰을 쓰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머쓱해하는 그를 뒤로 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혼자 여행을 즐기면서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였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여행에서의 추억을 저장해 주었고,  여행지에서의 나만의 시야가 담긴 예쁜 풍경들을 저장하는 그런 사진기사였었다. 그동안에는 사진기사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여행의 추억들을 곱씹어보니 나는 그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담아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홀로 여행을 하면서 단점이고 귀찮은 일인 줄만 알았던 사진을 어주 일이 단점이 아닌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알게 되었다. 다음에 내게 홀로 여행을 하게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아마 사진기사를 자청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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