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해도 될까요? 시작할까요?

by 방구석여행자

우리 아이 이제 어느덧 33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미뤄왔던 배변훈련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배변훈련을 24개월 이후에 진행하려고 했었다.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한 번씩 데려가 보는 게 전부였지만. 육아 관련 정보서를 읽었을 때 배변훈련은 "아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진행하는 것이 좋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는 게 좋다."등의 조언 글을 읽은 적이 있어 아직 말 못 하는 아이에게 배변훈련보다는 말 트이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배변훈련을 잠시 중단을 했었다. 우리 아이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젠 배변훈련도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았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조급함이 갑자기 생겼다. 둘 다 못하느니 하나라도 해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며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배변훈련 시작은 사실 딱히 거창할 것은 없었다. 기존에 아침에 화장실에 한번 데려갔던 것을 2번, 3번 등 점점 화장실 데려가는 횟수를 늘려갔었다. 그리고 기저귀 대신 팬티를 사서 입혔다. 급한 대로 일반 삼각팬티를 사서 입혔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실수 연발이었다. 아이는 아직 처음이라 그랬는지 항상 팬티가 소변으로 젖어있었다. 베란다에 소변을 흘리기도 했고, 거실 매트와 심지어 침대 매트에 소변을 흘리기도 했었다. 쉬를 한번 싸면서 실수를 할 때마다 팬티가 젖어서 손으로 빨아야 했고, 실수한 매트, 바닥에 흐른 아이의 소변을 매번 걸레로 닦아내야 했다. 소변을 치우고 빨면서 계속되는 실수에 지치고 힘이 들었었지만 아이에게만큼은 "이렇게 점점 실수하면서 배워나가는 거야"라고 웃으면서 격려를 해주었다. 아이는 처음이었으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데 아이 엄마는 게으르면 안 됐다. 항상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해야 했다. 어쩌면 아이가 발달이 느린 데에는 육아를 하면서 정보를 빠르게 캐치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고민만 했던 내 탓이 가장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부지런하려고 노력을 했다. 몸이 힘들고 피곤해서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아이가 손을 잡아끌면 더 누워있고 싶다가도 '엄마는 게으르면 안 돼'라고 되뇌면서 몸을 일으키곤 했었다. 배변훈련의 패턴은 밤에 잠을 잘 때는 기저귀를 채웠고,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 데려가서 소변을 시키고, 일반 삼각팬티로 갈아입혔었다. 그리고 실수하면 다른 팬티로 갈아입혔고, 손빨래로 팬티를 빨았다. 빨래 한 팬티는 건조대에 말리고 한두 시간 후에 다시 화장실을 데려가서 소변을 하고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다. 나도 스트레스였지만, 나보다는 아이가 더 스트레스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로는 갑자기 요 근래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바로 잠을 자는 동안에 대변을 보는 일. 자다가 기저귀를 확인했는데 놀라서 새벽에 자는 아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었었다. 밤에 잠을 자면서 대변을 했던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배변훈련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됐었다. 만 3세인 36개월을 곧 앞두고 있고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친구들이 조금씩 기저귀를 안 한다는 말이 들리면서 괜히 내가 조급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일 뿐이었는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해도 잘 안 되는 나는 참 부족한 엄마다.


아이를 주로 양육해주시는 친정 엄마를 통해서 나중에 알고 봤더니 배변훈련 팬티가 따로 있었다. 내가 많이 찾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친정 엄마가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는 것 같다. 친정 엄마가 먼저 배변 팬티를 몇 장 사서 아이를 입혀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가 익숙해지면 나보고 배변 팬티를 몇 장 더 사서 주말에는 집에서 배변 팬티를 입히고 훈련을 잘 시켜보라고 하셨다. 배변 팬티는 3중, 4중, 6중 등 종류별로 다양했다. 우리는 일단 4중 배변 팬티로 샀는데 한두 번 소변 정도는 팬티에 실수를 하더라도 끄덕 없었다. 배변 팬티에 가장 좋은 점은 일반 삼각팬티를 입혔을 때와 다르게 소변이 바닥에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것만 해도 훨씬 수월했었다.


아이에게 배변 팬티와 일반 팬티를 번갈아 입히면서 배변훈련을 진행을 했다.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서 그만둘까 했다가도 또다시 배변훈련이 지지부진 해질 것 같아 이번에는 꾸준하게 배변훈련에 임했었다. 꾸준함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아이가 실수하는 빈도수가 낮아졌다. 그동안 팬티에 실수를 반복하고, 화장실 가기를 반복하다 보니 뭘 좀 아는 눈치였다. 아직도 약간의 실수가 있긴 하지만 화장실 앞을 달려가기도 하고 스스로 화장실을 가기도 한다. 아직 말을 못 하는 아이는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면 내 손을 잡아끌기도 한다. 소변, 대변을 화장실에서 할 때마다 대단한 임무를 완수했다는 걸 아이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 칭찬을 해준다. 대변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물도 내리게 하는데 물이 내려갈 때 빤히 쳐다보고 있는다. 대변이 내려가는 모습에 신기해하는 것 같다.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 참 귀엽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중간에 아이가 스트레스받아한다고 또다시 배변훈련을 멈췄다면 우린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꾸준하게 진행하니 아이도 이제는 적응된 모양새였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포기하지 않고 하니 끝이 보이는 것만 같다. 배변훈련을 다시 시작하길 참 잘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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