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해볼까요?

by 방구석여행자

센터에서의 언어 수업을 2회로 늘리면서 언어 수업을 1주일에 3번 하게 된 아들 녀석. 요즘 언어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자음이 들리던, 모음이 들리던 어쨌든 발음이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는 참 희망적이었다.


센터에서의 언어 수업

"아이가 아직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할 수준이 못돼요"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하는 말을 많이 따라 해 주라고 하셨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많이 따라 하고, 아이가 따라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 내내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대답하고, 손을 들어 반응하게 하는 연습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집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연습을 요청하셨다. 아들 녀석은 귀찮고 성가신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였던 건지 집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손들고 대답을 하게 하면, 싫다는 듯이 징징거렸다.


밖에서 들어보니 "엄마"라는 단어를 수업시간에 계속 반복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를 계속 반복해주라고 하셨는데 수도 없이 반복해주었다. 얼마나 더 반복을 해줘야 하는 걸까? 아직 엄마의 소리가 귀에, 마음에 와닿지 않는 걸까? 자극이 부족한 걸까?


센터 선생님께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다. 처음 수업을 진행했을 때 자폐 스펙트럼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우리 아이를 칭하셨었는데 아이가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실로 들어갔을 때 바이바이 인사를 하는 모습을 선생님께서 유심히 보셨던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수업이 끝난 후 말씀을 해주셨는데 우리 아이가 바이바이 인사할 때 손바닥을 자신에게 향하도록 하는 모습을 보셨는데 이는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들 한다고 말해주셨다. 그저 귀엽게만 생각했던 행동이었는데. 이 말을 들으니 걱정이 됐었다.


며칠 후 걱정하는 내 모습을 보셨던 직장동료분이 왜 이렇게 걱정이 많고 심각해 보이는지 넌지시 물어보셨다. 또래 아이가 있으신 분이시기에 이러한 걱정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서울에 아이들의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검사로 유명한 병원이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소개를 해주셨다. 가게 되면 확실히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을 해주신다며. 본인 아이들도 다녀와서 한시름 덜었다고 하시며 아이 걱정이 많이 된다면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처음엔 귀가 솔깃했지만, 점점 갈수록 검사를 받았을 때 진짜 아이가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고 결과를 듣는 게 두렵고 겁이 났다. 결국 나는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센터 언어 선생님 말씀처럼 치료로 해결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병원에서의 언어 수업

인지 수업 선생님의 휴가로 언어 수업만 진행되었다. 센터의 언어 선생님과는 다르게 병원에서의 언어 선생님은 나긋나긋하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다. 선생님께서 아들 녀석에게 사물이나 음식을 전달할 때 이름을 같이 이야기해서 전달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귤을 주게 되면, 예전에는 그냥 귤을 건네주었었다면 "이건 귤이야"라고 사물의 명칭을 말해주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선생님과 친해져서 교실에 들어가도 울지도 않고, 앞 시간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교실 문 앞에 앉아 기다릴 줄도 알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웃으면서 눈 맞춤도 하고 뛰어다니면서 잡기 놀이도 한다고 들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면 좋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 같았다. 아이들은 역시 정직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신에게 웃어주고 잘 놀아주는 사람을 알고 좋아하는 걸 보면. 그동안 수업하면서 진심을 보여주신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듯이 말이다.


교실에 있는 수납장을 열어 장난감을 꺼내면서 놀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꺼내시는 장난감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아니"라고 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 표정은 웃고 있어 긴가민가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진짜는 뭐였을까?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 아들 녀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했던 우리 아이의 말을 안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말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말할 준비가 되었다면 우선 입모양부터 쳐다볼 텐데 입 모양을 쳐다보려 하지 않는 것. 그렇지만 준비가 안됐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병원이나 센터를 다니면서라도 자극을 계속 주고 있는 것이었다.


준비를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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