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매력이 넘쳤던 3색카페투어
요즘 SNS를 보면 유럽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많고, 주변 지인들도 조금씩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거나 여행을 갈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남들이 다 갔다 왔고 갈 예정이라니 괜히 나도 유럽여행이 가고 싶어 졌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와 코로나재 확산의 위험까지. 당장 비행기를 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버킷리스트로 저장해두었던 카페들 중 마치 유럽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나는 카페들을 몇 군데 골라 유럽여행을 잠시 다녀왔었다.
런던의 노천카페는 이런 느낌? 런던 베이글 뮤지엄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카페였다. 베이글이 쫀득하고 전반적으로 맛있다는 평과 분위기가 좋아 보여 버킷리스트에 오랫동안 저장해두었던 곳이었는데 대기가 엄청 길다는 소식에 와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와보기로 결심하고 아침 일찍 서둘렀다. 오죽하면 출근하는 것보다 더 빨리 나왔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찌나 부지런했는지 아침부터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줄이 꽤 길었다. 멋모르고 줄만 서있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앞에 함께 대기하고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그냥 물어보지 않고 서있었다면 역시 큰일 날뻔했었다. 대기 어플로 등록을 해야 했던 것. 앞사람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기 어플로 등록을 마치고 편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대기줄을 마주하면서 또다시 와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먹어보고 싶었던 베이글을 왕창 담았다. 덕분에 지갑은 텅 비었지만 베이글 부자가 됐었다. 가게 외관만 봐도 멋스러운 풍경. 영국 런던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 감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런던의 노천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가게 내부로 들어가니 영국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였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런던이 생각나도록 꽤나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다.
자리를 먼저 잡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베이글을 트레이에 한아름 담았다. 오기 전부터 미리 생각해놨던 베이글 메뉴를 우선 차곡차곡 담았고, 갑자기 즉흥적으로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부추가 들어간 어니언 크림치즈 베이글을 담았다. 가장 먹어보고 싶고 맛이 궁금했던 베이글 2개인 부추 어니언 크림치즈 베이글과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브릭 레인 샌드위치 베이글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포장을 했다. 내가 혼자 많은 베이글을 다 먹을 순 없었으니까. 사실 양파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양파가 있을까 봐 먹고 싶지 않았던 베이글이었지만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괜찮겠지'하고 집어 들었는데 한입 딱 베어 무니 양파가 씹혀서 당황스러웠다. 양파가 씹힌 다음부터는 그 베이글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래도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다 먹었다. 시그니처라고 하는 브릭 레인 샌드위치 베이글은 참깨 베이글에 크림치즈가 샌드 되어있고, 꿀을 찍어먹거나 발라먹는 베이글이었는데 참깨 베이글의 쫀득하고 담백함과 꾸덕꾸덕한 크림치즈가 꿀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환상의 조화를 이뤄냈다. 마치 천상의 맛이라는 터키의 디저트로 잘 알려진 카이막을 먹는 느낌이랄까. 2가지 베이글 중에는 나는 역시 브릭 레인 샌드위치 베이글이 더 좋았다. 괜히 시그니처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달까.
분위기와 맛 모두 여심을 자극하는 취향저격의 카페였기에 꼭두새벽부터 부지런 떨었던 보람이 있었다. 주인장의 2030 여성 고객을 겨냥한 세심한 인테리어가 돋보였고,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페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걱정했었는데 가게 자체가 생각보다 그렇게 협소하지 않아 금방 먹을 수 있었다. 대기 시스템 자체도 잘되어 있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음악이 시끄럽다는 이야기들이 있어 걱정을 했는데 카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나오고 취향에 맞는 음악이 나와서 그랬는지 나는 나쁘지 않았었다. 악평이 있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나는 만족을 했었지만 입맛과 취향은 개개인마다 다른 거니까. 영국 런던을 느끼고 싶을 때 한 번씩 와보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프랑스 파리의 노천카페는 이런 느낌?, 리틀 버틀러
이곳 또한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카페였다. 마침 지나가던 길에 한산한 카페는 내 발길을 붙잡았다. 이곳도 사진으로 봤을 때 프랑스 파리를 가보지 않은 내가 감히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프랑스 파리의 한 노천카페를 연상케 했었다.
과연 직접 보니 역시나 외관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그렇고 앤티크 한 디자인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쩔 수 없이 시간차를 두고 같은 날 방문했기에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비교를 하게 됐는데 카페의 내부 공간은 많이 협소했다. 음악은 조용했다. 무얼 마실지 고민하다가 시그니처 메뉴인 버틀러 슈페너를 주문했다. 커피는 원래 가려했던 다음 행선지 카페인 논 탄토에서 모래 커피를 마셔볼 예정이었기에 마침 디카페인 원두도 있겠다, 디카페인으로 버틀러 슈페너가 가능한지 물어봤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디카페인으로 주문을 했다. 버틀러 슈페너 라. 이름만 들었을 때는 카페의 이름인 리틀 버틀러의 버틀러와 아인슈페너의 슈페너의 합성어로서 아인슈페너를 이 카페만의 감성으로 표현하겠다는 자신감이 돋보였고, 이 메뉴는 먹어보면 당연히 맛있겠구나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리고 디저트를 안 먹어보고 가기엔 아쉬워서 이탈리아 전통 쿠키를 응용해서 만들었다는 이곳의 시그니처 디저트라는 리틀 핑거도 주문을 해서 먹었다. 단거 플러스 단거는 역시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화였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버틀러 슈페너라는 이곳만의 아인슈페너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는 아인슈페너를 많이 마셔보지 않았는데 한입 딱 마셔봤을 때 내가 마셔본 아인슈페너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나 혼자 있던 틈을 타 직원분께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이 카페는 언제부터 생겼어요?"
2020년에 생겼다며 웃으면서 엄청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내가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던 것도 아마 그쯤이었던 것 같았는데 추가한 지 좀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했었다. 쭈뼛쭈뼛 가서 메뉴판을 보자 본인이 뭘 잘못했는 줄 알았다고 당황해하셨던 직원분이었다. 내가 안심하시라며 메뉴들이 너무 맛있어서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그랬다고 하자 그제야 안도하시며 감사하다고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 카페가 대전에도 있고, 경기도 용인에도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여기가 본점인가요?"
물으니 그렇다고 하셨다. 처음엔 사장님인 줄 알고 젊으신데 대단하시다는 듯이 쳐다보니 "저 여기 사장님 아니에요"라고 웃으면서 말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셨다. 그렇게 잠깐의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자리로 와서 디저트와 커피를 먹었다. 리틀 핑거는 보기에는 프랑스 디저트인 에끌레르 비슷한 느낌을 생각했는데 더 푹신하고 몽글몽글한 맛이었다.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직원분이 바쁘게 움직이셨다. 궁금했었다. 음료 만드는 연습을 하시거나 본인이 마실 음료를 마시려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다른 시그니처 음료라며 버틀러 더블샷을 한잔 더 만들어주셨다.
"다 마시지 않아도 되고 시음만 해보세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코코아 가루가 뿌려진 B는 버틀러의 B를 상징하는 듯했고 말차 맛이 났던 버틀러 더블샷. 음료가 맛있기도 했지만 이런 서비스를 베풀어주신 직원분 덕분에 더 맛이 느껴졌다. 분위기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라 좋았고, 커피맛도 일품이었으며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에 몸도 마음도 배부르게 채웠던 리틀 버틀러였다. 카페가 생각보다 협소했지만 시간만 잘 맞춰온다면 느긋하게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다. 한껏 여유를 부리고 디저트와 커피를 홀짝홀짝 다 먹은 다음 직원분과 "다음에 또 오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돌아섰다. 커피와 디저트의 달달함에 서비스까지. 마음이 녹아내렸던 리틀 버틀러, 다음에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터키의 노천카페는 이런 느낌? 논 탄토 커피
지난번에 카이 막을 먹으러 왔었다가 모래 커피라는 체즈베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어서 이곳을 다시 찾아왔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카이막도 같이 먹으려 했었는데 앞서 다녀왔던 런던 베이글 뮤지엄 카페에서 먹었던 브릭 레인 샌드위치 베이글에서 카이막과 비슷한 맛을 봤던지라 논 탄토에서의 카이막은 패스했다. 인터넷에 안내된 오픈 시간에 맞춰 서둘러서 찾아갔는데 내가 첫 손님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장님께서 아직 준비시간이 5분 정도 남았다고 하셨다. 준비가 다 되는대로 불러주시겠다는 말에 바깥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자리를 잡은 후 주문해달라고 하셨고, 지난번에 바깥쪽에 앉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아 앉지 못했던 찰나에 오늘은 일찌감치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이미 생각했던 메뉴가 있었기에 주문하기에는 수월했다. 오늘 내가 먹고자 했던 메뉴는 바로 모래 커피인 체즈베. 메뉴판을 쭉 스캔하는데 체즈베의 종류가 많아 어떤 걸 마셔야 할지 당황스러웠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지만, 햇볕은 따가웠던 날씨에 나는 따뜻한 음료보다는 시원한 아이스 음료가 마시고 싶었고 에스프레소는 따뜻한 것 밖에 없어 아메리카노 맛의 브루잉 체즈베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브루잉 체즈베를 선택하자 바디감이 살아있고 부드러운 커피맛이 나도록 내려주시겠다고 하셨다. 원두를 내려 모래에 돌리면서 커피를 만드시는 모습을 관찰했다. 처음 보는 모래 커피 만드는 모습이 신기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다.
조금 기다리니 이윽고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나왔다. 조금씩 저어서 마시라는 사장님 말씀에 저어서 맛을 봤다. 깔끔하고 시원하면서 상쾌함이 감도는 커피맛이 났다.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앉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가 좋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은은하게 나는 커피 향이 좋았다.
좋은 구경도 하고 오래도록 모래 커피를 기다리고 마신 보람이 있었다. 카이막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지만 아침을 두둑하게 먹었던 내 위가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에 유럽으로의 여행이 그리울 때 또 와서 카이 막과 체즈베 모래 커피를 함께 도전해보련다.
얼마 전 여행이 너무 떠나고 싶어 가고 싶은 나라들의 비행기 가격을 검색해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인해 비행기 표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있었다. 요즘 여행을 떠나지 못해 주변에서나마 유럽의 기분을 느끼고자 했었는데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에 앉아있다 온 듯한 느낌을 서울 시내에서 한껏 느낀 참 풍족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