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동산 만수산 등반하기

by 방구석여행자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아침에 남편과 아이와 산책을 하다가 산이 보였다. 산이 보이니까 문득 산이 가고 싶어 졌었다. 남편에게 산에 가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남편은 산에 올라가는 동안에는 더울 텐데, 굳이 꼭 가야겠냐는 반응이었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먼저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했던 남편 때문에 잠시 기분이 안 좋아졌었다. 남편은 내심 가기 싫었던 게 미안했는지 나중에 날이 선선해지면 가자고 했었다. 그렇지만 난 당장 가고 싶은 걸. 평소에 하고 싶은 걸 바로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남편은 내게 자유시간을 줬고, 아이와 함께 나갔다. 나의 발걸음은 그 길로 산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느지막한 오후 시간이었기에 멀리 갈 순 없었고, 동네 뒷산인 만수산으로 갔다. 만수산은 아이를 낳기 전 종종 오르내리던 곳이었는데 무장애 나눔길이라는 게 생겼다는 걸 알게 된 후 더 자주 가게 되었다. 등산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둘레길을 걷는 것처럼 편했고, 무장애 나눔길이라는 이름답게 데크로 오르내리기 편하게 길을 조성해놔서 산에 오르는 걸 어려워하는 영유아, 노약자, 장애인 분들이 편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너무 더워지기 전 아이를 데리고 종종 가곤 했었다. 만수산에 오르기 전 물 대신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잔 사서 출발을 했다.

만수산에 도착하자 눈에 띄는 팻말이 보였다.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은 일몰 후에는 데크 조명을 환히 밝혀주어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해줬었다. 나도 남편에게 졸라 한번 아이를 일찍 친정부모님께 맡겨놓고 야간에 밝게 비친 조명 아래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참 운치 있고 좋았었기에 남편에게 한번 더 해보자고 하려 했었는데, 폭우가 많이 쏟아졌던 요즘 같은 우기 동안에는 조명을 켜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런 정보를 미리 몰랐던 채로 남편과 밤에 찾았더라면 헛걸음을 할 뻔했었다.

모처럼만에 혼자 오른 만수산은 참 여유로웠다. 만수산에는 만수산을 좀 더 특별하게 느끼고자 만수 8 경이라는 스폿 포인트들이 있는데 그 만수 8 경도 혼자였기에 여유롭게 보고 올 수 있었다. 특히나 내가 만수 8경 중에서 좋아하는 포인트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만수 2 경인 바람의 계곡과 만수 3 경인 잣나무 숲이다. 이 두 포인트는 산 아래쪽에 있다. 보고 있으면 수풀이 우거져 청량감을 자아낸다. 만수산 길 자체가 물론 다 좋지만 이 두 포인트를 걸을 때 더 자연이 주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초록색이 주는 기운 때문에 정신이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두 곳을 지나칠 때 가장 좋아한다. 그동안 만수산을 오르면서 만수 8경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다녔었다. 그러나 아무리 찬찬히 살펴봐도 만수 7 경인 만수산 연리지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것이었다. 늘 오를 때마다 7경만 없다는 게 궁금했었다. 그러나 7 경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단지 내가 못 찾았던 것뿐. 혼자 온 김에 기필코 꼭 보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집중해서 보니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 주변을 살피고 집중을 하게 된다면 안 되는 건 없으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500미터씩 오를 때마다 정상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안내도 도와주고 산 곳곳에 시화들이 있어 등산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있었다.

마침내 정상을 도착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남동구에 남동 둘레길이라는 길들이 생겼는데 틈나는 대로 둘레길 걷기에 도전을 하기 위해 챙겨두었던 스탬프북이 오늘따라 빛을 발했다. 만수산 정상은 스탬프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장소였고, 만수산에 오른 김에 스탬프북에 도장도 쾅 찍고 왔었다. 정상에서 한눈에 보이는 남동구의 전경도 보고 먼발치에서 보이는 이웃 도시들의 전경들도 잠시 보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은 오를 때마다 새롭다. 예전에 몸이 무거웠을 때는 그렇게나 등산이 힘들고 하기 싫었는데 몸이 가벼워지고 난 후 등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산에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꼭 정상에 도달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정상에 올라가면서 보는 좋은 풍경과 그로 인해 받는 정서적 위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그리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 목표에 도달했다는 성취감, 쾌감 그런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산이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떤 산이든. 설령 동네 뒷산일지라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