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솔길 공원 양 떼 목장을 가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 연애했을 때 인천에서 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을 때가 있었다. '시골에서나 있을 법한 양들이 도시에도 있다고?'반신반의하며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와 찾았었던 늘솔길 공원. 그때 잘 알려지지 않아 남편과 둘이서 한가롭게 양 떼들도 구경하고, 양들의 먹이인 건초도 주면서 그저 신기했었던 나날들이었다. 어느덧 그때의 남자 친구인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잊고 있던 그때 남편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었다. 집에 무료하게 있던 우리 가족은 작년, 처음으로 셋이 함께 추억을 쌓기 위해 늘솔길 공원으로 출발을 했다.
남편과 둘만의 추억에서 아이와 셋이 나눌 수 있는 추억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출발했던 첫 양 떼 목장 도전은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시행했던 코로나바이러스의 거리두기 제한으로 인한 양 떼 목장의 폐장으로 아쉽게도 발길을 돌렸어야 했었다. 아이가 알든 모르든 아이에게 도시에서도 양을 볼 수 있다며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까웠었다. 아쉬운 대로 양 떼 목장 옆에 있는 편백나무숲 무장애 나눔길과 공원의 호수 주변을 유모차 자전거를 끌고 산책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왔었다.
대대적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양 떼 목장도 다시 재개장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에게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양 떼를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원에 가면 동물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아이였기도 하고 동화책을 읽으면서 양을 그림으로 보기도 했고, 양 소리도 많이 들려줬었기에 양 떼 목장도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출발하게 된 양 떼 목장. 도착하니 양 떼 목장이 개장해있었고 이전에는 붐비지 않았었는데 이곳도 많이 알려졌는지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우리 부부가 처음 갔을 때는 대여섯 마리 정도 있던 걸로 기억했던 양들도 훨씬 더 많아지고, 목장 크기도 이전보다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아이에게 "양들 좀 봐!"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양 울음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경험상 보면 아이와의 여행은 항상 그렇듯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더라. 나들이를 나와서 기분이 좋았던 아이는 양 떼 목장이 가까워올수록 자꾸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었다. 아이가 마냥 좋아할 거란 생각은 내 욕심이었을까? 연휴를 맞아 친정식구들 총동원해서 갔던 양 떼 목장은 아빠와 삼촌이 양들에게 먹이 주느라 더 신이 났었다.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가서 토끼나 여럿 동물들의 먹이를 주는 체험 같은 활동을 했었기에 양들에게 먹이 주는 체험도 재미있어할 줄 알았다. 양 떼 목장에 가니 남녀노소 누구라 할 것 없이 양들에게 먹이를 주느라 정신없던 사람들이 보였다. 풀을 뜯어서 아이에게 건네며 양들에게 먹이주기 도전을 해보자고 시도했지만 뿌리쳤던 아이. 뿌리치던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 활동을 도모하고자 했던 나와 다른 가족들의 행동이 아이에게는 독이자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듯했었다. 집에 와서 변을 봤는데 이전에 센터에 처음 갔을 때처럼 그만 설사를 하고 만 아이. 아이에게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양 떼 목장에서 자꾸 벗어나는 아이를 따라 벤치에서 쉬고 있던 어른들도 아쉽지만 자리를 일어났다. 모처럼만에 나왔는데 집에 그냥 가기엔 아쉬워 양 떼 목장 옆에 있었던 편백나무숲 무장애 나눔길을 걸었다. 길이가 짧아서 아이와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작년에는 유모차 자전거를 타고 왔었는데 올해는 다리 힘이 생겼는지 날다람쥐처럼 숲길을 뛰어다녔던 아들 녀석. 양 떼 목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곳에서 훌훌 날려버리듯 순식간에 편백나무숲길을 올라갔었다. 편백나무숲길에는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쉼터와 숲 놀이터가 있었는데 숲 놀이터는 현재 공사 중이어서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었다.
원래는 양을 보여주기 위해 찾았던 양 떼 목장이었지만 양보다는 오히려 편백나무숲길을 걸으며 더 편안함을 느꼈던 아이와 우리 가족들. 매번 아이와 여행하고 나들이할 때마다 느끼지만 아이와의 여행은 역시 아이의 컨디션이 좌지우지되는 듯하다. 공원을 쭉 돌아보며 나뭇잎 색깔이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호젓한 가을에 오면 더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만간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때는 양들에게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