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름을 기다리는 단 한 가지 이유

by 방구석여행자

나는 사계절 중에 가장 싫어하는 계절을 꼽으라고 한다면 덥고, 습하고 벌레가 많은 여름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름이면 돌아오는 계절과일인 망고로 만드는 빙수인 망고빙수가 여기저기 호텔이나 카페에서 출현하기 때문. 여름만 됐다 하면 다양한 비주얼의 망고빙수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내가 기다리는 망고빙수는 딱 하나, 바로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다.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를 처음 만났던 건 바야흐로로 2017년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어느덧 20년 지기 친구와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를 우연히 찾았었던 나는 그때 처음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빙수의 비주얼과는 확연하게 달랐었기 때문. 그때 처음 '아, 호텔 빙수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우아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망고빙수 위에 얹어진 금가루들과 망고빙수 옆으로 뿜어져 나오던 드라이아이스의 자태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 그들의 모습조차 우리를 반하게 만들었었다.

망고빙수가 서빙될 때 뚜껑에 닫혀서 서빙이 되어 나오는데 직원분들이 뚜껑을 짠 하고 열어주시면 대단한 요리를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뿜어져 나오는 드라이아이스는 마치 구름 위에 망고빙수가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았고, 망고 위에 아낌없이 뿌려진 금가루는 고급스러운 퀄리티를 자랑했었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던 망고빙수는 얼그레이 티 기반의 얼음을 베이스로 하여 일반 얼음빙수와는 다른 부드러운 맛을 선물해주었고, 싱싱한 망고는 입안 가득 달콤, 상큼함과 특별함까지 선사해 우리의 입도 즐겁게 해 주었었다.


이렇게 첫눈에 반했던 콘래드호텔의 망고빙수와의 인연은 2017년을 기점으로 2022년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마다 이어져오고 있었다. 다른 많은 호텔들, 카페들의 빙수 사진과 광고를 많이 봤었다. 그래서 콘래드호텔의 망고빙수가 아닌 다른 망고빙수들도 찾아가서 먹어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강렬했던 첫사랑, 강렬했던 첫인상은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어디에도 첫눈에 내 눈을 확 사로잡아버린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를 비주얼로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런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였다.

올해도 나와 친구는 어김없이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를 찾아갔다. 그동안에 우리가 콘래드 호텔에서 먹었던 망고빙수를 생각하면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찾아갔는데 글쎄, 일반 망고빙수는 품절이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좀 특별하게 애플망고 빙수를 먹게 되었다. 가격이 좀 더 차이 났던 만큼 기대를 했었다. '아무래도 더 맛있겠지, 더 좋겠지' 그렇게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잠시 뒤 직원에 의해 서빙되어 나온 애플망고 빙수의 비주얼을 본 친구와 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엥? 뭐지? 드라이아이스가 왜 뿜어져 나오다가 마는 거야?"


콘래드호텔 망고빙수의 가장 큰 매력인 빙수가 담긴 접시 사이로 나오는 드라이아이스의 자태가 종적을 감춰버렸었다.


"드라이아이스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빨리 찍으세요"라는 직원의 말. 친구와 나는 드라이아이스가 사라지기 전 올해의 망고빙수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찰나에 황급히 카메라를 꺼내서 찍었지만 이미 드라아 아이스의 자태는 없어진 뒤였다. 물론 애플망고 빙수였기 때문에 망고 자체의 맛은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콘래드 호텔의 망고빙수를 2017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연례행사처럼 먹으러 오는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건데 올해는 그 부분이 많이 아쉬웠었다. 친구의 생각도 역시 나와 같았다.


"우리가 늦게 와서 드라이아이스가 부족했던 걸까? 올해는 유난히 웅장하지가 않네?, 웅장하고 장엄한 드라이아이스의 자태가 매력인데 말이야, 그렇지?"


이로서 우리는 내년 여름에 과연 그동안의 세월을 믿고 한번 또다시 망고빙수를 먹으러 와도 되는 걸지, 올해로써 콘래드 호텔과의 이별을 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일단은 친구와 한번 더 믿어보기로 결정을 했다. 내년에 망고빙수를 먹을 때만큼은 다시 원래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과연 믿는 도끼에 똑같이 발등을 찍을 셈일까? 내년 여름을 다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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