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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Nov 18. 2022

부모님과 아들 녀석 데리고 월미산 나들이

지난 초가을 무렵 휴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었다. 그런 와중에 울리는 핸드폰. 엄마의 호출.


“딸, 오늘 뭐할 거야?”

“글쎄, 아들 녀석이랑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 걷고 오려고 했는데”

“엄마랑 아빠 오늘 월미산 걷고 올 건데 같이 가자!”

“그럼 우리 아들 녀석은?”

“너희 둘은 세트지. 무조건 같이 가야지”


임신과 출산 이후 운전대를 잡는 게 미숙해진 나는 아들 녀석과 둘이 나들이 가기에 제일 만만한 곳은 동네 뒷산인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차를 타고 월미산을 걷고 오자는 엄마의 연락에 기분이 한껏 부풀어 올랐었다. 집 앞으로 데리러 올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이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아들 녀석과 열심히 외출 준비를 하고 엄마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윽고 온 엄마의 연락. 아들 녀석과 첫 월미산 나들이였다. 엄마, 아빠 덕분에.


월미산을 가기 위해 차를 탔는데 출발하기 전 갑자기 날씨가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오락가락했었다. 궂은 날씨에 ’그냥 가지 말까?‘도 잠시 고민을 했었지만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았었기에 가다 보면 비가 그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도 비가 제법 오기도 했지만 ‘그치겠지’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었다. 월미산에 도착하고 차를 대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녀석을 유모차 자전거에 태우고 엄마, 아빠와 걸었다. 걸으면서 약간 보였던 울긋불긋했던 단풍. 아들 녀석과는 작년에 왔을 때는 월미공원만 오고 월미산은 오르지 않았었는데 너는 기억이나 날까? 아들 녀석에게 넌지시 ”작년에 왔었던 기억이 나니? “라고 물었었다.


좋은 풍경을 구경하니 신이 났는지 까르르 웃으며 소리를 지르던 녀석이었다. 월미산 초입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또 장대비가 쏟아졌다. 잠깐 대피소에서 쉬었다 갈까 했었지만, 아들 녀석은 어차피 방수커버가 있어 비를 맞지 않았고, 어른들도 모자 뒤집어썼는데 쉬지 말고 그냥 가자고 했었다. 빗길을 걸으며 엄마가 “이 또한 추억이야”하고 웃으시며 말하셨다. 이 말이 참 좋았다. ‘맞아, 이 또한 추억이지’

얼마 안 가서 비가 완전히 그치고 하늘이 갰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믿기지 않게 햇살이 눈이 부셨었다. 답답했던 방수커버에서 벗어나 아들 녀석을 유모차 자전거에 내려 조금 함께 걸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아달라는 통에 조금밖에 걷지 못했었다. 월미산은 벌써 단풍과 은행에 색깔 옷을 조금씩 입고 있었다.

“엄마 다음에 또 구경 오면 좋겠다 그렇지?”

“그래, 다음에 꼭 차 타고 아니더라도 지하철이랑 버스 타구 와서 걸어보자”

그렇게 약간 물든 단풍 구경을 하며 엄마와 나중을 기약하다 보니 어느덧 월미산 정상에 다다랐다. 월미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를 갔으니 그래도 한번 올라가서 전망을 내려다보고 와야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비가 오고 한껏 추워진 날씨에 오래 있지는 못하고 전망대 밑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로 추워진 몸을 녹였다. 아들 녀석은 좋아하는 음식인 구운 계란과 함께. 카페에 구운 계란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마 카페에서 후다닥 나왔어야 했을 텐데 구운 계란이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몰랐다.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니.

잠깐이었지만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 녀석과 함께 월미 산도 전망대까지 올라가고 전망대도 올라가서 조망하고, 커피와 간식도 즐기고 오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엄마 아빠 덕분에 아들 녀석과 이렇게 차 타고 나와보고 좋은 추억도 만들고. 정말 고마웠어 “

”우리도 좋았어 “


엄마 아빠는 월미산을 다녀오시면 그 근처에 회무침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오시는 게 코스인데 이 날은 아직 매운 걸 먹지 못하는 우리 아들 녀석 때문에 자주 가시던 회무침 식당을 가지 못하셨던 게 죄송스럽기도 했었다. 집에 가기 위해 차에 타자마자 뻗어버린 아들 녀석, 궂은 날씨에 바람 쐬느라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동네에서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자장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엄마 아빠는 집까지 내려주셨다. 엄마 아빠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했었다.


“엄마, 아빠가 없었더라면, 오늘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지 못했을 거야.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도 즐거웠어 “라는 이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몸과 마음이 녹았었다.


올 가을도 이제 끝이 난다. 거리에 앙상하게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지난번 엄마와 다시 오기로 기약했던 건 어쩌다 보니 올해는 끝이난 듯했다. 내년에는 꼭 걸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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