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코스인 향기 가득 길을 걷고 와서 필을 받았던 나는 며칠이 지난 후 바로 3코스 하늘 바다길을 걷기 위해 길을 나섰다. 시간 날 때 부리나케 걷고 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시작점인 장아산 무장애 나눔길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었다. 3코스는 찾아봤을 때 온전히 코스를 걷고 온 사람들의 정보가 많이 없어 막막했었는데 먼저 걸었던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니
“남동 둘레길 사이트의 상세 지도를 보면 길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답니다. 저는 상세 지도를 보지 않았기에 길을 많이 헤맸어요”라고 쓰인 내용을 봤었다.
’ 그래, 상세 지도를 한번 보고 걸어보자!‘라고 결심을 하고 상세 지도를 바로 켰었다. 극심한 방향치에 지도도 잘 볼 줄 몰라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어떻게 하느냐고 주위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는 나.
그런 내가 지도를 보고 간다? 나에겐 크나큰 도전이었다.
안내 표식이 워낙에 다양하게 잘 되어있어서 그랬는지 지도와 표식을 보고 찾아가니 헤맬일이 없이 수월하게 길을 찾아서 걸을 수 있었다. 다음 포인트였던 소래습지생태공원까지는 어렵게 찾아갈 수 있었다.
소래습지생태공원 동문에 다다르자 공원에는 운동을 하러 온 사람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분위기가 꽤나 스산하고 황량했었다. 이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길에 많이 떨어져 있었고 밟으면서 바스락 거리는 느낌이 좋았다.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왔으니 3개의 풍차는 보고 가야지. 풍차를 보고 가면 둘레길 코스를 이탈하는 것이었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풍차를 보지 않고 갔다면 길을 걷는 내내 계속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약간 늦으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풍차를 보러 갔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약 3년 전 <한국기행 인천> 책을 집필하기 위해 인천의 명소를 찾아다니던 중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취재했을 때 와보고 처음 오는 것이었는데 풍차에 없던 포토존이 생겨있었다. 혼자였던 나는 풍차와 풍경사진만 남기고 돌아서야 했었다. 풍차뿐만 아니라 염전도 보고 왔었다. 염전은 어렸을 적 소풍을 왔을 때 소금을 채취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알아보면 소금 채취하는 체험을 할 수 있던데. 나중에 아들 녀석이 자라면 다시금 와봐야겠다. 그때 “엄마도 어렸을 때 여기서 소금을 채취했었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면 의미 있겠지?
잠시 풍차와 염전으로 코스를 이탈했던 나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다음 포인트인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으로 걸어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찻길 옆의 길로 가는 줄 알았던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은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주차장을 지나 오솔길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런 오솔길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둘레길을 걸으니 이렇게 몰랐던 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점이 좋았다.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을 도착하니 한창 김장철이라 그런지 젓갈을 사기 위한 손님들이 활기를 띄었다. 어시장의 활기를 느끼고 새우 타워를 향해 걸었다. 새우 타워는 먼발치에서도 한눈에 훤히 보였다. 이 새우 타워로 말하자면 랜드마크로 공을 들여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에 비해 구경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생각보다 높이가 낮게 만들어져 전망이 별로 좋지 않아 인기가 없다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직접 올라가 봐야지. 직접 올라가 보니 그랬다. 전망이 낮은 게 많이 아쉬웠었다. 이래서 인기가 없는 거구나라고 새삼 실감을 했었다. 새우 타워를 올라가는 사람들과 최대한 혼잡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 같았지만 내려오는 길 화살표가 헷갈리게 되어있어 우왕좌왕했었다.
새우 타워에서 내려와 쭉 걸어 해넘이 전망대를 지나 이전에 남편과 아들 녀석과 연극을 보았던 소래 아트홀이 나왔었다. 반가웠다. 이전에 남편과 아들 녀석과 차 타고 지나갔을 때도 이곳을 걷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걷지 못했던 길이었다. 그때보다 단풍이 더 울긋불긋 물들어 길이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담아봤지만 내가 느낀 아름다움이 잘 담기지 않아 눈으로 많이 담았었다.
그렇게 소래 아트홀을 지나 늘솔길 공원을 도착했다. 내가 평소에 들어가던 공원 입구와 다른 입구였다. 이 산길도 좋았다. 양 떼를 구경하고 편백나무숲길을 걸으며 3코스 하늘 바다길의 모든 스탬프 인증을 마쳤다. 늘솔길 공원의 양 떼 같은 경우 지난여름에 온 가족이 총출동했었을 땐 양 떼 목장의 위까지 양 떼를 풀어놔서 양이 꽤나 많았었는데 이번에 가니 예전처럼 양이 몇 마리 되지 않았었다. 추워지는 날씨 때문일까. 늘솔길 공원도 안온 사이에 공원이 좀 변화된 모습이었다.
편백나무숲길을 지나 상세 지도를 보고 걷는데 편백나무숲길의 옆길은 처음 걸었었다. 매번 늘솔길 공원을 가면 편백나무숲길까지만 걷고 주차장으로 돌아오곤 했었던지라 둘레길로 걷다 보니 장미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쭉 코스대로 걷다 보니 3코스의 마지막인 구 남동타워, 현 청년미디어타워가 나오며 3코스 하늘 바다길의 대장정을 마쳤다.
3코스 하늘 바다길 코스는 코스의 안내처럼 유독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았다.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었던 게 많아 코스 이탈도 서슴없었던 곳. 그래서 원래 예상 소요시간보다 더 많이 소요됐던 길이었다. 하늘 바닷길이라는 이름답게 걸으면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코끝이 시원한 길이었다. 비록 남동 둘레길의 4개의 코스 중 가장 긴 코스를 자랑했지만 코스 난이도가 알려주듯 산길이 없고 걷는 내내 평지여서 걷는 길은 참 수월했었다. 걸으면서 평지 걷기를 좋아하는 엄마가 유독 많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 3코스는 나중에 날 좋을 때 엄마와 함께 한번 더 걸어도 되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