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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Nov 19. 2022

카페 다락방을 놀러 왔다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동네에 있는 한 카페를 알게 되었다. 카페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다락방. 카페 이름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사진으로 본 메뉴들도 다 맛있어 보였다. ‘언제 가보지?’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른 것들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과 아들 녀석이 주말 오후에 밖을 나갔다. 주말에 생긴 자유부인 타임. 이때다 싶었다.


길을 나서 지도를 검색해보니 집에서부터 걸어서 18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와있었다. 워낙에 익숙한 길인지라 지도를 보지 않고 터벅터벅 걸었다가 마지막에 카페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 앱을 다시 켰었다. 체감상 18분 안 걸린 것 같았다. 주황색 간판의 카페가 보이자 잘 찾아왔다는 안도의 한숨.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카페 내부 인테리어 분위기와 음악 모두 다 내 스타일이어서 반가웠다. 카페는 1층과 2층으로 되어있었다. 1층에 책들이 있어 책도 구경할 겸 1층에 앉을까 잠시 고민을 했었지만, 내가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봤던 다락방은 주로 2층 어느 한 구석진 곳에 있었다. 다락방이라는 이름이 주는 공간적 의미를 체험해보고자 2층으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나의 최대 난제는 ’ 음료와 디저트를 무얼 주문하지?‘였다. 사장님께서 내 주문을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계속 서서 고민하자 사장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찾으시는 메뉴가 있으세요? “

”사진에서 봤을 때 메뉴들이 다 맛있어 보여서 고르고 있는 중이에요. 어떤 걸 제일 먹고 싶은지요 “

”아이고 감사합니다. 커피 종류 좋아하시면 호지를 주로 많이 드세요 “


나는 최대한 그래도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를 먹기 위해 다시 한번 찾아보았고 긴 고민 끝에 헤이즐넛 초코 푸딩과 솔티호지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계시면 가져다주신다는 사장님의 친절한 말씀. 2층으로 올라가기 전 1층에 있는 책들을 쭉 둘러봤다. 그중에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이 있었다.


“혹시 여기 진열되어 있는 책도 구매할 수 있나요?”

“네, 구매 가능하세요”

“저 이 책 구매할게요”


내가 구매한 책은 <사라질 것들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책이었다. 내용이 궁금한 책이라 계산이 끝나고 바로 앉은자리에서 뜯어보았다. 반려묘를 떠나보내는 주인의 이야기였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해서 반려묘,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주변에 반려묘,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육아를 하는 나와 흡사 비슷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주고, 돌봐준다는 것. 그건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 잘 읽어봐야지.

2층에 올라오니 제일 먼저 보였던 건 바닥에 깔려있던 카펫이었다. 좌측을 둘러보니 소파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한쪽에 담요가 마련되어 있어 1층보다 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었다. 2층으로 올라와보길 잘했다. 소파에 앉을까 고민했지만, 테이블들 중 하나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사장님께서 음료를 먼저 가져오셨고, 이윽고 디저트도 가져오셨다. 음료는 밑에까지 잘 저어서 먹어야 한다는 말씀과 먹은 접시와 컵은 두고 내려오라고 하셨다. 요즘은 카페를 가면 다 먹고 난 후 이동할 때 가져다주어야 해서 처음 가는 카페를 가면 고민이 많아지곤 하는데 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솔티호지는 녹차를 한번 볶아 고소한 맛이 특징이라고 하셨는데 약간 홍차 느낌도 나고 고소하기도 하고 달달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맛이 나서 오묘했다. 헤이즐넛 초코 푸딩 같은 경우에는 내 예상과 많이 빗나갔던 메뉴이긴 했지만, 바삭바삭한 크루아상을 좋아하는 내게 딱이었다. 아이스크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크루아상이 엄청 바삭했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카페에 손님이 나뿐이어서 한적하고 좋았다. 내가 이 카페에 돈을 지불한 손님이라기보다 마치 사장님의 집 다락방에 놀러 와서 사장님이 내어주신 차와 디저트를 먹고 마시는 느낌이었다. 곳곳의 여행사진은 여행을 좋아하는 내 감성을 더 자극해주었다. 그동안 이런 공간을 못 와봤던 게 억울해서 사장님께 이 카페는 언제 생긴 거냐고 여쭤봤었다. 올해 4월에 생겼다고 하셨다. 진작 알았더라면 더 많이, 더 자주 와봤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집으로 오기 전 사장님과 간단한 담소를 나눴었다. 얼굴이 앳되보이던 사장님은 사회초년생에 첫 카페를 창업하신 거라고. 평소 커피와 디저트 만드는 카페 알바를 많이 하셨었다고 했었다.

 “저도 나중에 이런 공간 만드는 게 꿈인데 엄두가 안 나네요. 사장님은 대단하세요.”

“하실 수 있으세요. 해보세요”

젊은 사장님의 응원과 패기가 느껴졌다.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사장님의 다락방을 구경한 느낌이라 시간이 허락한다면 종종 놀러 오고 싶다.

“나중에 또 시간 되면 놀러 올게요”

“네, 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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