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1920을 찾았다.
일을 그만둔 지 어언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요즘은 시간이 많아져 아들내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엄마와 근처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고 있다. 얼마 전 엄마가 SNS에서 보셨던 예쁜 카페가 있다고 같이 가보자고 제안을 하셨다. 카페는 동인천에 있었다. 물론 나는 오케이였다. 그러나 매번 그 카페를 찾아가려 할 때마다 엄마와 내가 각자 사정이 생겨 가보질 못했었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발걸음을 나섰다.
엄마가 찾으셨던 예쁜 카페는 동인천에 2곳이었다. 카페 보눔과 카페 1920.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진으로 살펴보니 둘 다 순백색에 하얀 건물에 주택을 개조한 멋들어진 카페였다. 엄마가 처음 말씀하셨던 카페 보눔은 야외와 테라스가 꽤나 넓게 있었고 포토존이 많아 보였다. 그런데 디저트 메뉴는 마땅해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로 말씀하셨던 카페 1920은 야외와 테라스 자리가 있었으나 그다지 넓어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이곳엔 끌리는 디저트 메뉴가 있었다. 어느 카페를 갈까 갈등이 됐었다.
“엄마는 둘 중에 어떤 카페를 더 가보고 싶어?”
“어디든 상관없어, 너는 어디가 더 가고 싶은데?”
비슷해 보이는 분위기의 카페를 하루에 2개 연달아서 가기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의 카페만 선택해서 가자니 고민이 많이 됐었다. 엄마는 내심 카페 보눔을 더 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고, 이곳이 스몰웨딩으로 대관도 많이 하신다고 하고 포토존이 많아 보여 아기자기하고, 풍경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도 제격이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가려다가 계속 못 갔던 곳이었으니까 카페 보눔을 먼저 다녀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카페 보눔을 가기로 했는데 왠지 모를 촉이었을까? 다시 한번 검색을 해보고 싶었다. 평소라면 그냥 찾아갔을 나였는데 영업을 하고 계신지 확인하고 싶었다. SNS를 찾아봤는데 웬걸, 영업중단이라고 되어있었다. SNS는 늦게 공지될 수도 있기에 카페로 한번 전화를 걸어봤는데 정말 사장님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8월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쉬고 계신다고 하셨다. 12월 초나 연말에 영업을 계획하고 계시다고 죄송하다고 하셨다. 사장님과 통화를 끝낸 후 엄마와 여태까지 고민했던 게 괜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에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엄마!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었어. 2번째로 찾았었던 카페 1920으로 가자!”
지하철을 타고 내려 걸어서 카페 1920에 도착을 했다.
“우와 여기인가 봐, 예쁘다”
카페에 도착하자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카페 외관. 카페가 그리 커 보이진 않았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던 공간.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예쁘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절로 나왔고, 바깥을 구경하느라 시선을 뺏겨 좀처럼 카페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안에도 들어가 보자”라는 엄마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카페 내부도 꼭 일본에 있는 어느 한 가정집에 놀러 간 것처럼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우와 안에도 예쁘네”
주문을 해야 하는데 예쁜 카페 내부를 속속들이 살펴보느라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부터 주문한 후 더 찬찬히 둘러보자는 엄마의 말에 메뉴를 주문했다. 찾아놓았던 메뉴가 있어 메뉴를 주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찾아놨던 메뉴 중 한 가지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그 메뉴를 맛보고 싶었던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메뉴로 주문을 한 후 자리를 잡기 위해 카페를 둘러봤다. 둘러볼 때마다 앉고 싶은 자리가 계속 바뀌는 건 뭘까? 어느 자리에 앉던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고심 끝에 앉은 우리의 자리는 날씨가 춥지 않아 카페 1층 외부에 한 고즈넉한 자리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도 가까웠고, 앉았을 때 바깥 통로의 천장에 하얀 꽃장식도 보여 눈이 즐거웠다. 2층에 앉을 건 아니었지만 구경을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에 2층도 올라가서 구경하고 왔는데 어디서든 1층이 통할 수 있게 통로를 많이 만들어두셨었다. 그래서 통로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카페 구석구석을 탐색하고 자리로 돌아오니 진동벨이 울렸다.
우리가 주문했던 메뉴는 따뜻한 커피 2잔과 크림 도지마롤 케이크 그리고 앙증맞았던 앙버터 팬케이크. 따뜻한 커피는 우리가 특별히 주문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마시기 딱 좋은 온도에 마시기 딱 좋은 농도였다. 만족스러웠다.
”어떻게 특별히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커피가 이렇게 딱 우리 스타일이지? 커피 너무 맛있다 “
엄마와 나는 흡족했었다. 디저트도 폭신폭신한 빵에 크림이 많이 달지 않아 좋았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가 한적해서 나중에 혼자 커피 한잔 시켜 책 한 권 들고 와서 시간을 때우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디저트와 커피를 다 먹고 나왔다. 아쉬울 때 돌아서야 나중에 또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엔 꼭 책 한 권 들고 와야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영업을 중단했다는 카페인 <카페 보눔>을 찾아가 봤다. 카페 뒷길을 먼저 찾아갔는데 규모가 정말 컸던 게 놀라웠었다. 정문을 찾아갔더니 영업을 중단했다는 팻말이 보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하셨다는데 건강을 회복하셔서 꼭 다시 돌아오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