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나 SNS를 살펴보면,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국의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의 친구들을 사귀거나 여행자들과 친구가 됐다는 내용을 많이 보면서 유럽 여행에 대한 로망을 키웠다. 첫 유럽 여행지로 북유럽을 선택하게 된 나는 '혹시 나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하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러기에 나는 너무 겁이 많았던 걸까?, 나이가 많았던 걸까? 선뜻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고 주변에서는 혼자 여행 가는 것조차 걱정하고, 반대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참 겁쟁이였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면 나는 일단 경계태세부터 취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처음 도착했던 날, 그곳의 가장 번화하다는 거리 스트뢰에 거리를 구경 갔었다. 혼자서 배회하며 걷다가 광장에서 쉬고 있었는데 어떤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혹시나 나를 해코지하려는 건 아닐까 살짝 겁을 먹었다. 경계태세를 취했다. 다행히도 그는 혼자 여행 온 나에게 일행들과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려는 것이었고, 나는 흔쾌히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참 무안했던 기억이 있다. 혼자 여행 가면 다 그런 건지 유난히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세상이 흉흉하고, 여행지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니 조심하라는 주변의 만류 때문인지 정말 많이 조심했었다. 하루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을 했는데 구경하다가 풍경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여행객이냐고 물었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경계를 했다. 카메라는 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으로 나를 찍어주었고, 그 사진이 흡족했던 나는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고 그에게 카메라를 내밀며 한번 더 찍어달라는 부탁을 했었던 일도 있었다.
그리고 핀란드 헬싱키에 가서는 숙소를 체크인하는데 숙소가 2층 계단을 올라가야 했었다. 숙소 스텝인 듯 보이던 사람이 "캐리어를 옮겨줄까?"라고 물었지만 나는 내가 하겠다고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
나는 여행 중에 왜 그렇게 경계태세를 놓지 못했던 걸까. 여행지에서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사귀고 싶었으면서. 그런 로망을 꿈꿨으면서. 정작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건 나 자신이었다. 결국 나는 내가 그토록 꿈꾸던 그런 여행을 즐기진 못했다. 다만 세상에는 나쁜 일,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좋은 사람들도 많고,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조금 조심하는 건 물론 나쁘지 않지만, 너무 마음을 닫고 경계할 필요까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너무 겁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