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왔던 그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는 무작정 걸었다. 스톡홀름의 올드타운이라고 하는 감라스탄. 올드타운이라 그런지 걸을수록 예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겼다. 더 멋스럽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내 문장력이 참 안타까웠다. 휘황찬란했던 계획들도 다 마비시켜버릴 만했던 감라스탄의 아침 풍경.
뭘 할지 망설이지 않고,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걸었다. 주말 아침이어서 그랬는지 한적했던 거리는 참 평화로웠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었는데 주말이라 일찍이 었던 걸까.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 혼자 괜히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는 빵 냄새에 이끌려 어느 한 빵집으로 들어갔다. 빵을 먹을 계획이 없었는데 말이었다. 맛있는 빵과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걷고 또 걸었다. 꼭 여행에서 계획이 있어야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혼자 북유럽여행을 하면서 깨달았다. 항상 여행을 가면 관광지들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내게 이러한 여유로움은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원래는 계획했던 여행지가 있었다. 조용히, 여유롭게 박물관 투어를 하고 싶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출발했었는데 박물관을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박물관 앞에서 마냥 기다리기 싫었던 나는 그 주변의 공원을 산책했다.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지나가는 길에 공원이 너무 좋아 보여서 산책을 하고 싶었던 욕구가 샘솟았고, 의식의 흐름대로 나는 산책을 즐겼다. 사실 박물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어쩌다 했던 이 산책의 시간이 더 좋았다.
그다음 날 나는 또다시 계획했던 다른 여행지를 찾았다. 그곳을 갔다가 두 발이 끌리는 대로 또다시 무작정 걸었다. 걸어가는 길에 먼발치에서 분수를 만났다. 분수를 좋아하는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비록 내가 가야 하는 곳과 반대방향이긴 했지만,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조금 더 걸으니 전날 보고 마음에 들었던, 꼭 찾고 싶었던 공원이 눈앞에 펼쳐졌었다.
가이드북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공원. 때로는 참 무계획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갑작스레 몰려오는 마치 생일선물을 받은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계획대로 떠나는 그런 획일적인 여행이 아닌 발길이 머무는 대로 여행을 했더니 여행자가 아닌 그냥 이곳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으로 스며든 것 같아 뿌듯했다. 여행지에서 잠시나마 일상을 느꼈다. 다음 기회에 또다시 나에게 여유가 찾아온다면 시간에 쫓겨 바쁘게 움직이는 관광지 여행보다는 지금처럼 큰 틀의 여행 계획만 잡고, 소소하게 다녀볼 생각이다. 때로는 이렇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