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녀석은 이가 참 빨리 났었다. 첫니가 거의 50일에서 100일 사이에 잇몸 끝에 하얗게 보였으니 또래에 비해 빨리 나온 터였다. 이가 빨리 났었기에 다른 것도 다 빨리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다음 뒤집고, 혼자 앉고, 기어 다니고, 혼자 두발로 서고 걷기까지 신체 발달이 전반적으로 늦었다. 돌 전후부터는 감각통합, 인지, 언어 발달 등을 살피게 되는데 신체 발달이 늦어서 그랬던 건지 이러한 발달들도 전반적으로 늦었다. 신체 발달이 늦었기에 이러한 발달들도 늦는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센터 수업 시간에 지난 시간에 이어 과일 이름 따라 하기를 다시 해봤다고 하셨다. 지난 시간과 같이 과일 이름 말하는 건 잘 따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에 비해 성과가 있었다면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며 비슷하게 소리를 내려했다고 하셨다. 이것만 해도 많이 노력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램펄린을 태웠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지 잘 안 하려 했다고 하셨다. 처음엔 무슨 활동을 할 때 치료 선생님들께서 “저번엔 잘했는데 오늘은 잘 못했어요”라는 피드백을 해주실 때면 걱정을 했었다. ’아 왜 안 했을까? 계속 안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한번 못하는 걸로 계속 못하게 되면 어쩌나 전전긍긍했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니 어른도 어떤 날은 무언가를 할 때 귀찮고 싫을 때가 있는 건데 너 또한 항상 좋을 수만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었다. 그네 같은 경우 매번 앉아서 탔었다가 이번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서 타보았는데 다른 방식으로 타서 그랬는지 타면서 웃기도 하고 좋아했었다고 하셨다. 센터 그네가 커서 엎드려서도 타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난 후 센터 선생님께 진지하게 여쭤봤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저희 아이, 수업해보시니 어떠세요? 조금 진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분명 좋아진 건 알겠다. 확실히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눈에 띄게 빨리 발전할 거라고 했던 사람들의 말에 비해 우리 아들 녀석은 그만큼의 발전은 아직인 것 같았다. 생각보다 더딘 발달 속도에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내가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눈에 띄게 발전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깐 말이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다른 수업했던 아이들에 비해 발달 성장 속도가 많이 느린 편이에요. 그래도 수업하러 처음 왔을 때에 비해서는 반응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저의 행동을 수용하기도 하고 본인이 하기 싫으면 아주 가끔씩 하기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기도 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자극을 찾아서 그에 맞는 자극을 계속 줘야 하는데, 아직 그에 맞는 자극을 찾지 못한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들 녀석이 자폐스펙트럼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으로 계속 유지되는 아이가 있고, 잘 치료하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아이의 부류가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 아들 녀석은 후자라고 하셨다. 지금 자폐스펙트럼 검사를 하게 되면 아마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들 녀석은 일반적인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이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셨다. 그렇기에 희망을 드리는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나도 그런 차이들이 몇 가지 보이기에 자폐스펙트럼 검사를 계속 미루고 있었다. 검사를 한 후 진단을 받으면 희망의 불씨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선생님과 생각보다 길어진 이야기 후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데 문 뒤에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어머님,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다가 갑자기 포텐이 터지는 시기가 있어요. 아직 그 시기가 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참고 기다리면 분명 폭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그때까지 기다려봐요. “
우리 아들 녀석은 신체발달뿐만 아니라 인지 언어발달까지 전체적으로 발달이 느린 아이가 되었다. 이렇게 아이가 발달이 느린 아이로 성장하는 데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그리고 ‘할 때 되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한 마음이라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