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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Dec 16. 2022

운린이의 김포 카페 투어기

10년 전 미국에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갔었을 때 항상 차를 끌고 다녔었다. 운전은 하면 할수록 늘어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때 당시 면허를 따고 얼마 되지 않아 서툴었던 운전실력이 매일 차를 운전하다 보니 늘어났었다. 그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종종 운전을 했던 나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운전과 멀어지게 되었었다. 운전이 무서워진 나는 다시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운전이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 운전이 하고 싶어 졌어. 한번 해볼까?”

“그래 한번 해봐”


미국에서 운전하던 당시에는 전방주차를 해왔던 터라 후방 주차는 도무지 감이 없던 나는 운전대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나 주차를 못하겠어”

“주차를 못하면 운전을 어떻게 해, 그렇게 운전이 하고 싶으면 연수라도 받아보던가”라는 남편의 핀잔.


친구에게 이러한 고민을 말하니 친구가 운전 연수 선생님을 소개해주었다. 그 친구도 지금의 나처럼 운전을 두려워했던 친구였는데 운전 연수 선생님께 연수를 받은 후 혼자서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이 친구의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해방시켜준 선생님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야 나도 소개해줘”

“그런데 선생님이 김포 분이셔서 네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까지 하실지 모르겠다, 일단 연락처는 알려줄게”


계속 머뭇거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연락을 해봤다. 왜 그동안 머뭇거렸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생님은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연수를 해주겠다고 하셨고, 선생님과 나는 만남의 약속을 정했었다. 선생님은 정말 친구의 말처럼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셨고, 내가 가장 취약했던 후방 주차에 대해 속성으로 알려주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나는 이제 후방 주차도 문제없다.


수업 초반에 선생님께서 내 운전실력에 대해 잘 모르셨을 때 ‘이 동네 또 언제 오지? 너무 먼데, 어떻게 약속을 잡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드셨다고 하셨다.


“선생님, 저 다음 주면 이사 가요. 선생님이 살고 계신 김포와 가까운 곳으로요”

“어머 정말? 그걸 왜 지금 말해줘요. 나 괜히 고민했었네”


이마저도 운전 주행은 잘한다며 굳이 또 만날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두려워하고 있는 후방 주차 위주로 연습해서 속성으로 끝내자고 하셨다. 그렇게 선생님을 이틀 동안 2시간 반씩 해서 주차 위주의 연수를 받았다. 선생님께서 이사 오게 되면 김포에 카페가 많으니 운전연습을 할 겸 카페를 많이 놀러 다니라고 몇 군데 소개를 해주셨었다. 물론 주차하기 넓고 편한 곳으로.


얼마 전 이사를 했다. 그리고 문득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김포의 카페들이 몇 군데 생각이 났었다. 차도 있겠다, 할 일도 없겠다. 드라이브할 겸 차를 끌고 나왔다. 나 홀로 운전해서 선생님이 귀띔해주신 카페들을 차례차례 방문했다.


수족관 느낌의 카페, 수산 공원

이전에 SNS에서 봤던 적이 있는 카페였다. 그때 사진을 보고 수족관 느낌에 반해서 남편에게 같이 가보자고 이야기해서 방문한 적이 있던 카페였다. 내 기준에서 올라가는 길이 좀 가파르긴 했지만 여기도 역시 평일에 가면 주차장이 넓고 한적해서 주차하기 편한 곳이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에펠탑 조각상을 꾸며놓으셨고, 입구에 들어서면 순백색의 하얀 벽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리스의 산토리니의 한 풍경이 생각나 이국적이기도 하고 카페 한쪽에 비친 생생한 물고기, 바다 풍경의 대형 스크린은 정말 수족관 느낌이 났었다.

비치의자와 바닷가 풍경으로 꾸며놓아 해수욕장에 놀러 온 느낌도 났었다. 내가 좋아하는 달달해 보이는 케이크와 빵 종류도 많아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1층은 카페고 2층, 3층은 식당이라 식사와 디저트를 모두 해결이 가능한 곳이다. 카페 분위기가 널찍하고 시원해서 다음엔 아이를 데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집도 가까워졌고 카페 옆에 실내 동물원도 있겠다, 꼭 같이 가볼 참이다.

식물원 느낌의 카페, 글린 공원

운전 연수 선생님이 주차가 널찍하니 편한 카페라고 제일 먼저 소개해주셨던 곳이었다. 평일이라 그랬는지 차가 별로 없고 한산해서 좋았다. 주차장은 정말 크고 널찍해서 나 같은 초보 주차자가 주차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어떻게 차를 넣어도 기가 막히게 주차 칸 안에 들어갔으니 말이었다.

차가 별로 없었으니 카페 안의 사람도 당연히 별로 없었던 터. 카페 입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으셨었다. 여유롭게 카페 내부를 탐색하고 앉을 곳을 신중하게 고민하여 정할 수 있었다. 카페 내부를 들어서면 있는 우거진 나무들이 꼭  숲 속 식물원에 놀러 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었다.

한쪽에는 캠핑이나 피크닉을 놀러 간 듯 자리를 꾸며 놓으셔서 아직 캠핑을 많이 가보지 못한 나는 캠핑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가장 앉고 싶었던 자리인 연못 옆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게 보이던 마루 자리는 나보다 더 부지런했던 어떤 분께 뺏겨하는 수 없이 차선이었던 캠핑 분위기라도 즐겨보자 싶어 캠핑 분위기가 났던 자리를 앉았다.

이사 온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밖에 안 걸릴 정도로 가깝기에 주말에 연못과 물고기를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초록색을 좋아하는 아들을 데리고 와볼 생각이다. 분명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든다.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샐러드는 양이 참 많았다. 혼자 가서 먹어보지 못했던 빵이 많았기에 맛보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번 더 와봐야 되지 싶다.

사막 느낌의 카페, 아보고가

이 카페도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여기 카페도 역시나 평일 이른 아침, 주차된 차가 별로 없었고 한적하니 좋았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현수막 <노 키즈존>.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는 여간 반갑지만은 않았다. ‘이 카페는 아무리 좋아도 아이를 데려 올 수 없겠구나’라는 사실이 슬펐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후 카페를 마주했다. 적갈색의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외관, 적당히 있는 갈대들.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스산하고 황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싫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이 많이 불고 궂은 날씨와 더 잘 어울렸었다. 카페는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게끔 야외가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안전사고 예방 때문에 결정이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눈에 띄었다. 빵이 다 맛있어 보였고 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혼자 가서 많은 메뉴를 먹어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빵뿐만 아니라 브런치 메뉴도 있었는데 그중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메뉴가 구성이 다채 로워 보여 커피와 함께 주문을 했었다.

아보고가 카페에서도 자리를 천천히 탐색을 했다. 급할 게 없었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1층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큰 창문으로 바깥의 황량한 풍경이 보이던 자리였다. 내가 잡은 자리 옆에는 또 다른 계단이 있었는데 궁금해서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그 계단을 올라가 봤다. 갤러리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고, 갤러리에는 그림이 4-5개 정도 걸려있었다. 메뉴가 나올 동안 그림을 구경하기에 딱이었다.

빵 맛도 좋았고, 커피의 농도도 딱 맞았고, 온도도 적당했다. 브런치 메뉴도 맛있었다. 모든 것이 좋았었다

운전을 이제 막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혼자 운전을 해서 카페 투어를 다녀왔던 건 내겐 대단한 일이었다. 카페에 앉아 좋은 풍경을 감상하고,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먹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좋았었다. 혼자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더 맛있는 빵과 커피도 맛보고, 좋은 시간도 보낼 참이다. 그리고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했나 싶었다. 다른 좋은 카페도 또 찾아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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