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카페 <주니멀카페>다녀오다
참고로 나는 동물을 싫어한다. 아니, 무서워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시골에 개를 키웠었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과 시골을 가면 나는 개 짖는 소리에 겁에 질려 울기도 하고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그렇게 도망을 다녔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동생과 함께 동물원에 가면 동생은 동물들에게 다가가고 교감하고 했었는데 나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었다니 말 다했다. 그런 내가 아들의 어린이집 소풍으로 인해 인근에 있는 동물 카페 <주니멀카페>를 다녀왔다.
아들은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버스로 가고 부모님은 자차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선생님께서 전날 하원하면서 다음날 오전 10시 반까지 와달라고 하셨어서 그에 맞게 나갈 채비를 했다. 나는 가까운 거리는 웬만하면 걸어가는 걸 좋아해서 걸어갔었다. 지도를 보고 가니 혼자 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찍 도착을 해서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좀 하다가 아들의 어린이집 버스가 도착한 걸 보고 나도 들어갔다. 카페는 동물 카페인데 생각보다 깨끗했다.
아들과 어린이집 친구들, 선생님들이 설명을 듣고 있었다. 계속 같이 있었고 등원까지 해줬던 아들이었는데도 불과 1-2시간 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고 애틋했었다. 동물 카페는 원래 12시부터였지만 영유아 어린이집 단체관람은 영업시간 전 오전에 일찍 해주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즐기면서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드디어 동물들에게로 입장! 을 했는데 우리 아들 녀석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다 겁에 질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우는 아이들이 속출했었다.
우리 아들 녀석만 낯설어하고 무서워하고 싫어할 줄 알았었다. 어린이집 소풍을 처음 따라왔었는데 다른 아이들도 처음에 무섭고 낯설어하면 우는구나. 우리 아들 녀석만 유난히 적응하는 게 느린 게 아니고 다른 아이들도 다 이렇구나를 처음 느꼈었다. 그동안 키즈카페를 놀러 가도 잘 적응해서 노는 아이들만 봐왔던 터였으니까.
아들 녀석은 처음에 동물들에게 다가가길 주저했었다. 계속 동물들 앞에 데려다 놓으면 문가로만 가 있던 아이. 나도 앞서 말했듯 동물을 무서워하기에 카페에 풀어놓은 염소나 토끼, 고양이 이런 동물들이 다가오는 게 무서웠지만 아들 녀석이 동물과 교감했으면 했기에 엄마니까 용기를 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엄마니까 용기가 났었다. 엄마이기에 더 즐겨야 했다. 내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야 아들 녀석은 더 즐길 것 같았으므로.
“염소 한번 쓰다듬어볼까?, 토끼 한번 만져볼까?”
“우와, 저기 짹짹이(새)가 있네? 한번 가까이 가서 볼까?”
“여기 알파카도 있어. 우와”
“엄마 머리랑 팔에 도마뱀 얹은 것 봐”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워서 계속 문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도망만 다녔던 아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동물들과 교감하며 토끼와 염소의 몸도 쓰다듬어주고, 고슴도치 가시도 만져보면서 따가움도 느껴봤던 아이였다. 자꾸 도망만 다니던 아이가 장소에 적응하고, 동물과 교감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빨리 왔던 게 아쉬웠다. 아이가 적응한 지 채 얼마 안 되어 끝나버렸기 때문에. 아쉽지만 손을 깨끗이 씻고 동물 카페를 나갈 채비를 했었다. 이제 부모님들은 각자 버스로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었다. 아이가 버스에 잘 탔는지 살펴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와 짧지만 무서움도 잊은 채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던 시간이었다.
같이 소풍을 갔던 엄마 중 한 엄마가 말했다.
“다른 동물 카페 몇 군데 가봤는데 여기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냄새도 별로 없고 깨끗한 편이에요. 다른 곳은 진짜 냄새도 엄청 심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제 한번 가서 맛을 들여놨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오늘 그래도 마지막에 잘했으니까 다음에 오면 더 잘할 거예요. 이래서 경험이 중요해요.”
맞다, 경험이 중요하다. 왠지 다음에는 더 잘 놀 것 같은 아들 녀석을 상상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또 가 볼 참이다.
아들 덕분에 특별한 경험도 해보고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