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상담
매 학기마다 일 년에 두 번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아직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한 건지 설문지가 아이 가방에 들어있었다.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대면상담을 할 것인지, 전화로 하는 비대면 상담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설문지였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대면 상담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다가왔다. 상담을 하러 갈 때면 내가 진짜 학부모구나 라는 게 실감이 나게 된다.
아이는 평소 하원을 책임져주시는 친정엄마께 맡기고 선생님을 뵈러 갔었다. 선생님께서 다짜고짜 나를 보시더니
“어머님, 저는 우리 xx이 내년에 유치원 대신 어린이집을 더 다녔으면 좋겠어요. 최소 1년 만이라도요.”
“안 그래도 저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xx이가 지금 유치원을 가면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어할 거 같아요.”
내년이면 유치원을 갈 나이가 되지만, 현재 발달 상태를 보면 과연 유치원을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던 찰나 선생님과 상담하고 싶었던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말씀을 해주셨다. 그것도 내 얼굴을 보시자마자.
요 근래 한 달 여정도 아들 녀석이 심한 열감기로 고생 아닌 고생을 했었다. 그 이후에 전반적으로 활동하는데 의욕이 없어지고 몸에 힘이 없어졌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이사를 앞두고 새집에도 적응해야 할 테고 곧 유치원이든 다른 어린이집이든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야 할 텐데 지금과는 많이 변화된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 우리 아이. 그에 비해 발달 속도가 더딘 것 같아 많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내게 선생님께서는 지난 학기에 비해 아들 녀석의 활동하는 모습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단체 활동이나 친구들과 협심해서 하는 활동에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하셔 그나마 안심이 좀 됐었다.
“어머님, xx이 잘하고 있고, 많이 좋아졌는데 기대치가 너무 높으신 거 아니세요?”
“그런가요? 또래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아들 녀석만 유일하게 말을 못 한다고 들었는데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혹시나 말을 못 하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었다. 이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친구들이 아들 녀석을 잘 챙겨준다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해주셨다. 솔직히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을 때는 못 믿었었다. 그런데 어린이집 친구들이 잘 챙겨주고 있다고 느꼈던 일화가 있었다.
하루는 우리 아이가 늦게 등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바깥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 우리 아이와 마주쳤었다. 아이들 모두 우르르 달려와 “우와 xx이다. xx아 안녕, 어서 와”하고 반겨주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우리 아이를 챙겨주려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엄마로서 감격을 했었다.
이런 아이들과 선생님의 환대와 어린이집 선생님과 친구들은 매일 보기 때문에 익숙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말에 낯선 환경에 놀러 가거나 나가게 되어 또래 친구들을 만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다가오면 놀라면서 싫어하고 그날 밤에 자다가 울기도 하는 등 아직은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상담할 때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어린이집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데 이상하다고 하시며 놀라는 반응이셨다.
우리 가족은 매 주말마다 성당을 다니는데 우리 아들 녀석과 또래의 아이가 같은 시간에 엄마와 함께 온다. 그 아이는 우리 아들 녀석이 반가워서 인사하고 다가와서 말을 걸고 친구라고 하면서 먹을 것도 주곤 하는데 우리 아들 녀석은 싫은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피하고 도망을 간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소스라치게 울어버린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원래 예정되어 있던 상담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아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얘기가 끝도 없이 쏟아져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문밖을 나설 때 다시 유치원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머님, 꼭 어린이집을 더 보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린이집도 유치원만큼 교육해줘요. 너무 걱정 마세요.”
얼마 전 남편의 직장 어린이집 추첨이 있었다. 써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써봤는데 추첨 후 당첨이 됐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당첨이 된 후 이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 잘됐다며 누구보다도 좋아하셨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과연 잘한 결정이겠지? 아직도 나는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