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선생님 진료가 있었던 날
병원 치료 수업이 끝나고 원장 선생님을 뵙는 날. 이날은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는 날이다.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번 원장 선생님을 뵈면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치료 방향을 이끌고 가면 되는지 길잡이가 되는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원장 선생님 진료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원장 선생님께 배꼽인사를 했던 아들 녀석. 요즘 어른들을 만나 배꼽인사를 시키면 90도로 머리를 숙여 배꼽인사를 곧 잘하는 아들 녀석이다. 진료실 의자에 앉았다. 이전에는 진료실 의자에 같이 앉으면 내 품을 벗어나겠다고 하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진료실을 울면서 돌아다니던 아들 녀석이었는데 웬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기특했다. 우리가 앉자마자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사운드북이 있냐고 물어보시던 원장 선생님.
아기 상어 캐릭터를 유난히 좋아했던 아들 녀석이었기에 아기 상어 사운드북을 반복해서 보기도 했었고, 아기 상어 말하기 책을 사줬는데 그 책도 제일 앞장에 아기 상어 노래 나오는 부분만 반복해서 듣곤 했었다. 그리고 라디오 같이 생긴 장난감에 아기 상어 알파벳 카드를 끼우면 알파벳 노래가 나오는 장난감도 좋아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기 상어를 좋아하는구나! 그래도 다행히 좋아하는 게 있네요. 우리 그럼 좋아하는 캐릭터 위주로 공략해봐요 “
원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좀처럼 말문을 트지 않는 우리 아이를 위해 처방을 내리셨다. 좋아하는 걸 공략하기. 아기 상어 신발, 아기 상어 가방, 아기 상어 책, 아기 상어 공 등 같은 그림들을 보여주며 계속 같다는 걸 인지시켜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아기 상어 신발, 책, 공 등은 모두 집에 있었다. 그렇지만 그 그림들을 같은 아기 상어라고 이야기 해주진 않았었다. 지금 우리 아이의 인지 발달에는 같다를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항상 원장 선생님을 뵈러 갈 때마다 강조하셨던 부분이었다.
태블릿 PC를 통해 같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지난번 진료 때 귀띔을 해주셨어서 몇 번 시도해보았으나 아직은 관심이 없었던 아들 녀석이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주고 있다. 또한 언어 수업시간에 이야기 들었듯이 크롱 치카 놀이 장난감도 좋아하니까 그 장난감 크롱과 크롱 양말의 크롱 그림을 같은 것이라고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귀띔을 다시 해주셨다.
인지 같은 경우 양손 협응 하는 모습이 요즘 잘 보인다고 하셨다. 그전까지는 한 손을 내버려 두고 한 손으로만 활동한다고 하셨었는데 얼마 전부터 양손을 잘 사용한다는 말에 안도했다. 이 안도에 이어 선생님은 또 다른 과제를 내게 안겨주셨다.
바로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과 끝을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다.
“엄마 아빠 양쪽으로 손을 잡고 하나, 둘, 셋 하면 시작해서 점프하고 왜 그런 놀이 있잖아요. 하나에서 시작하고 셋 하면 끝난다는 걸 인지시켜주세요.”
언어 같은 경우에는 모음이긴 하지만 모방 발화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우와”같은 이음 절을 하기도 하고 “맘마”,“아바바바”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의미 있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리라도 났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아마 센터 수업의 영향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언어 시간에 놀이 위주의 언어활동을 하면서 소리 내기에 흥미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하셨다.
감각통합 수업과 관련해서는 공차기는 자주 하는지 물어보셨다. 공차기를 할 수는 있다고 들었지만 집에서 자주 해주진 않았었다. 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해 주기 위해 공차기를 자주 해주고, 걷는 것과 뛰는 걸 자주 해주는 게 좋다고 하셨다. 아직은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고, 두발 뛰기도 미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을 연습해주고 노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셨다. 아마 다리 근육의 발달 때문이겠지. 실제로 걷는 것과 뛰는 걸 자주 해주니 다리 근육이 조금 더 발달한 것 같아 보였다. 몸을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서는 아빠의 몸놀이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셨다. 남자아이들은 아빠가 자주 놀아주는 게 좋다고 들었는데 흠.
감각통합 치료 선생님도 수업하실 때 제스처가 늘어났다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원장 선생님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배꼽 인사하고 ”주세요 “하면 두 손을 포개는 모습을 보시고는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원장 선생님과의 진료는 언어, 인지, 감각통합 3가지 과목에 대해 이때까지 치료 수업 진행한 내용들을 총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할 게 많아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원장 선생님과 아이의 말문 트이는 것에 대해 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덧 인지, 감통의 부족한 부분으로 물 흐르듯 넘어가곤 했다. 언어, 인지, 감각통합 3가지의 융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아들 녀석의 점차 발전하고 나아진 모습을 보셨던 건지 2달 뒤에 보던 진료를 3달 뒤에 보자고 하셨다. 진료가 끝나고 배꼽인사를 하고 나오는 아들 모습을 보면서 3개월 뒤에는 또 어떤 게 발전할지 기대가 됐다.
우리 네가 좋아하는 걸로 너의 말문을 공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