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고 난 후
모든 요일의 여행 책은 작가님이 여행한 나라에 대한 생생한 여행기를 읽었던 거라면 모든 요일의 기록 책은 작가님의 살아온 일대기를 읽었던 것이었다. 작가님은 모든 요일의 기록 책에 총 5개의 챕터인 <읽다, 듣다, 찍다, 배우다, 쓰다>로 여태까지 살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책에 녹여냈다.
각 챕터별로 읽으면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내 삶과 빗대어 공통점을 찾아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나와 달라서 작가님의 삶이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 삶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작가님은 앞서 프롤로그에서 본인은 잘 잊어버린다고 했었다. 이러한 점은 나와 작가님의 공통점이었다. 나도 무언가를 참 잘 까먹는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든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언가를 읽거나 듣거나 경험하고 나면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나 또한 ‘내가 머리가 나쁜 건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책 내용에도 나와있듯이 머리로는 잊어버렸다고는 하지만 아마 몸의 어딘가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느꼈다. 나도 무언가를 경험하면 아마 머릿속에 없는 것 같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느끼는 건 내 몸 어딘가에 흡수되어 있어서 그런 걸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작가님은 내가 봤을 때 주변 환경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본인도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이 책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오죽하면 집에 서재도 정갈하게 잘 꾸며놓으셨다 하고 침대 머리맡에도 책장을 꾸며둘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나도 어렸을 적부터 작가님만큼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충분했었다. 그런데 어렸을 적에는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싫었다. 동생이 책 덕후라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정말 많이 읽는 모습을 옆에서 봐왔었다. 그런 동생이 재밌다고 추천해준 책을 진득하니 앉아 읽을라고 하면 한 장을 넘기는 게 그렇게 힘들었었다. 그 몇 장의 고비만 지나면 재밌었을 텐데 왜 나는 그 고비를 넘기는 게 그렇게도 힘들었던 것일까.
그런 내가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나의 여행기를 기록에 남기면서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와서 어떻게 기록을 하는지 여행기를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는 걸 싫어하던 내가 참 신기했다. 비록 아직은 여행에세이만을 고집하는 나지만 읽기를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는 점이 부러웠다.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의 카메라는 꼭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애용하는 것, 여행을 가면 항상 벽부터 찾는다는 독특한 취향이 내심 부러웠다. 나에게도 이렇게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무언가 한 가지 주제에 몰두해서 하는 여행이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질적으로 풍부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 여태까지 여행했던 기억을 곱씹어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유명한 곳만 쫓아다녔던 여행보단 얼마 전부터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했던 여행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
작가님은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읽고 듣고 찍고 배우고 했던 경험들을 쓰신다고 했다. 쓰기 챕터를 책에 마지막에 두신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기록을 해보니 모든 경험의 끝은 역시 기록에 남기는 것이었다. 내 여행은 기록을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확실히 기록을 했던 여행이 기록을 하기 전 여행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일기는 초등학교 때나 쓰기 싫어서 밀려서 왕창 썼던 내가 요즘은 기록의 힘을 알고 여행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것, 경험하고 느낀 걸 스스로 쓰고 있다.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