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치즈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를 읽고
이 책은 치즈 덕후 작가의 한결같은 치즈사랑 이야기였다. 작가가 치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치즈와의 에피소드들을 풀어낸 책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치즈와의 에피소드를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치즈가 유명한 나라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나라들을 여행했던 이야기도 책에 녹아져 있었다.
치즈 하면 내가 생각나는 건 대표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흔히 슈퍼에 가면 접하는 노란색 슬라이스 체다치즈와 각종 요리들 위에 솔솔 뿌려져 나오는 하얀색 모차렐라치즈, 요즘엔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스트링치즈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치즈의 종류는 더 다양했고, 무궁무진했다. 치즈가 유명한 나라인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를 가게 되면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종류별로 파는 것에 비해 더 다채로운 치즈들과 우리나라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치즈들도 많이 있다고 하니 치즈 덕후인 작가 같은 경우 눈이 돌아갈 터. 프랑스에서는 마트에서도 치즈를 잘라 시식하면서 판다고 하니 역시 치즈가 주식인 나라는 달랐다.
나도 갑자기 이 책을 읽고 생각난 치즈 에피소드가 있다라면, 때는 벌써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 해도 마트에서는 정말 노란색 얇은 슬라이스 체다치즈와 모차렐라치즈만 볼 수 있었다. (내 기준으로는) 그런데 15년 전 어느 날 이모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놀러 가게 되었는데 그때 이모집 냉장고에 들어있던 스트링치즈를 발견했었다.
“어? 이거모야?”
“스트링치즈야”
“우와, 이렇게 생긴 치즈도 있어? 신기하네?”
“한번 먹어봐”
그때 당시에는 길게 막대 모양으로 생긴 치즈의 생김새가 신기했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노란색 정사각형 모양이 아닌 우유빛깔의 하야면서 손쉽게 들고 먹을 수 있었던 치즈. 한국의 마트에선 보지 못했던 그런 치즈였다. 껍질을 까서 한 입 딱 베어 물었는데 입안 가득 고소함이 퍼졌다. 마치 고체 우유를 먹고 있는 듯할까? 또한 얇게 한 줄씩 뜯어서 먹는 재미 또한 있었다. 그때 처음 보고 신선했던 스트링치즈를 향한 나의 마음을 이렇게 부족한 어휘력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아쉽다. 나는 그날부터 스트링치즈를 사랑하게 되었고, 미국에 있는 내내 스트링치즈를 냉장고에서 심심할 때마다 꺼내 먹었다.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먹기 좋은 사이즈였다. 이모집 냉장고에 있던 스트링치즈가 동이 나자 이모와 함께 같이 차를 타고 마트를 가서 스트링치즈를 또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 오죽하면 같이 여행 왔던 엄마가 “한국 갈 때 스트링치즈 좀 사갈까?”라고 물어봤었다. 그때 “아니 됐어, 뭘 사 오기까지. 그냥 한국 오기 전까지 많이 먹어두지 뭐”
그런데 한 봉지라도 사 올걸 그랬었다. 한국에 와서 한동안 스트링치즈앓이를 했었고, 내 기억으론 마트에 달려가면 그때 당시에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트나 편의점에 스트링치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반가웠다. 그러나 반가움뿐이었고, 눈에 자주 띄기 시작하니 스트링치즈에 대한 간절함이 사라졌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생각하니 아무래도 손이 덜 가게 되었다. 이 글을 쓴 오늘은 오랜만에 마트에 가서 스트링치즈나 하나 먹어볼까 싶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부라타치즈라는 걸 먹는 걸 봤다. 그렇게 맛있다 그러길래 나도 한번 사 먹어봤는데 몽글몽글한 게 조리법도 별 거 없었다. 부라타치즈 위에 발사믹 오일이나 오리엔탈 드레싱을 살짝 뿌려 방울토마토를 얇게 슬라이스 해서 먹으면 그만한 간단한 요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에선 부라타치즈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부라타치즈를 숟가락으로 한입 뜨고 한눈에 반해서 인터넷으로 몇 번을 주문해서 먹기도 했던 치즈였는데 치즈마니아 작가한테는 부라타치즈는 치즈로 상대해주지 않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치즈와 관련된 경험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봤는데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책을 읽고 치즈가 먹고 싶어 졌고, 다양한 치즈종류를 알게 되었고, 치즈의 본고장인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 가서 치즈를 구경하고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책을 읽다 보면 계속 작가가 와인과 치즈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불쑥불쑥 나오던데 물론 예전부터 익히 와인과 치즈의 궁합이 잘 맞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와인안주에 치즈플래터가 있겠는가.
그동안은 와인을 잘 몰라서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멀리하게 되었는데 얼마 전 좋아하는 와인이 생겼다. 그 와인과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알려준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 레시피들을 요리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려 요알못인 내가 말이다. 아마 단짠단짠이겠지.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이런 일편단심 치즈사랑과 술사랑이 한편으로 부러웠다. 나도 이렇게 무언가 한결같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게 과연 생길까? 올 한 해는 이렇게 한결같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목표다. 이러한 것을 찾고, 이러한 것을 먹기 위해 하는 여행을 상상하니 가슴이 막 뛰기 시작한다. 지금 내겐 빵과 커피가 유력하다.
유난히 이 책에서 한 구절이 와닿는다. 바로 내가 원하는 바다.
“당신에게도 나의 치즈처럼 당신 맘에 꼭 드는 세계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자꾸 궁금하고, 늘 새롭게 매력적인 그런 세계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