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말을 하지 않는 원인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다. 바로 엄마부터 시작해서 어른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주고 있는 것. 이 말인즉슨 힘들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어른들이 알아서 척척 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들 녀석은 말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 우리는 주변 조언에 따라 독하게 마음을 먹고 소리를 내도록 몇 번 시도해 보았다.
“소리를 내면 원하는 걸 해줄게”
엄마인 나와 그 외 어른들이 척척 해주다가 “소리를 내면 해주겠다”라고 하니 아들 녀석은 참 갑작스러울 터. 그래서인지 그럴 때마다 울어버리는 녀석이다. 울면 답이 없는 녀석 앞에서 독하게 마음먹은 빗장이 풀리고 어쩔 수 없이 또 해주게 된다. 그나저나 말문은 트여야 하는데 좀 독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녀석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인 엄마였다.
센터 수업에서는 요즘 아들 녀석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사물그림카드에 있는 단어와 접목시키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사물카드에 적힌 단어가 뭐든지 간에 낼 수 있는 소리를 내면 선생님이 카드를 가져가시는 놀이였다. 이는 아직 주위가 산만한 아들 녀석에게 주위도 집중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놀이였다.
선생님께서는 당연히 그 카드에 쓰여있는 단어의 소리를 아들 녀석이 정확하게 따라 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 점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드에 쓰여있는 단어와 비슷한 소리를 낼 경우 선생님께서 호응해주시고 칭찬을 해주셨다고 하셨다. 이번 수업시간에서는 신발 카드를 봤을 때 “바”라고 소리를 냈다고 하셨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소리가 나와 호응을 해주셨다고.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만 XX이가 유난히 칭찬에 약해요. 그래서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면 배시시 웃으며 좋아한답니다. 집에서도 소리가 나면 잘했다고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그럼 더 많이 소리를 낼 거라고 확신합니다. ”
병원 언어수업이었다. 이번 수업시간에는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을 때 아들 녀석의 유난히 짜증 섞인 소리가 많이 들렸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오늘따라 XX이가 수업시간에 짜증을 많이 낸 것 같아요.”
”XX이가 목이 많이 말랐었나 봐요. 종이컵과 생수병을 가리키며 물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을 따라주었는데 또 달라는 제스처를 하길래 “물”비슷한 소리를 유도해봤으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만 주고 안 줬더니 본의 아니게 짜증이 많았습니다. “
집에서도 요즘 검지손가락으로 물병과 평소에 본인이 마시는 물컵을 가리킨다. 그리고 물과 비슷한 소리인 “울”, “무”등과 같은 소리가 나면 물을 주곤 했었다. 이를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잘하고 계시다고 하셨다. 입모양을 보고 말하는 거다 보니 ”울“이라고 하기도 하고 ”무“라고 하기도 하며 일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소리들이 나고 있다. 그리고 소리가 나오면 “잘했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며 호응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리가 나오는 빈도수는 아직 적다.
갑작스럽게 소리를 내라고 하며 소리를 내면 원하는 걸 줄 거라고 하는 엄마 외 어른들이 아들 녀석 입장에선 적잖이 당황스러울 거란 생각이 든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센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아이가 비슷한 소리를 낼 때마다 ”잘했다 “며 칭찬을 계속적으로 해주고 호응을 해준다면 머지않아 집에서도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소리가 날 수 있겠지?